네이버 ‘연관 검색어’… 대학-기업 요구땐 삭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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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주요 포털 사업자가 정부 당국이 요청할 경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순위에서 특정 키워드를 삭제할 수 있는 자체 지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네이버는 자동완성·연관 검색어 부문에서 대학, 기업 등의 요청이 있을 경우 광범위하게 특정 키워드를 빼준 것으로 드러났다.

○ 권력 기관 요청 시 실검 삭제 규정 ‘논란’

 2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2012년 실검 노출 제외 기준으로 ‘법령에 의거하여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라는 내부 지침을 만들었다. 그동안 두 회사는 실검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청와대, 법원, 검찰, 경찰 등이 불편한 키워드를 빼달라고 요구하면 얼마든지 응할 수 있는 규정을 둬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두 회사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마련한 규정”이라며 “실제 행정·사법기관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적도, 실검 목록을 제외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IT 업계에서는 이런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검 목록에서 제외한 사유를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로 하지 않고 ‘반사회적 정보’ 등 다른 기준을 내부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네이버는 행정기관 요청뿐 아니라 개인정보의 노출과 명예훼손 침해가 우려될 경우 등 모두 7개 항목을 ‘실검 노출 제외 기준’으로 두고 있다. 관련 내부 지침이 자의적으로 해석돼 이용자들 몰래 실검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데 사용될 여지가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네이버가 2016년 1∼5월 임의로 제외한 실검은 총 1408건으로 하루 평균 약 9건이었다.

○ 자동완성·연관 검색어도 손대

 KISO가 19일 내놓은 검증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3∼5월 신고 또는 자체 판단으로 총 11만9317건의 자동완성·연관 검색어를 제외했다. 하루 평균 1300여 개꼴이다.

 올해 2월 건국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네이버가 학교 측 요청을 받고 해당 키워드를 검색어에서 배제해준 사실이 대표적인 예다. 또 기업, 연예인의 요청을 받고 해당 기업 등에 불리한 검색어를 배제해 주기도 했다. 모두 명예훼손을 이유로 외부에서 요청해온 것이다. 해당 기업을 검색했을 때 ○○분유구더기, ○○○불량, ○○○○불매운동 등이 뜨는 것을 네이버가 임의로 막았다는 얘기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데다 기업 명예훼손이라 보기 어려운 검색어에 대한 제외 처리였다.

 KISO는 “기업과 관련된 다수 검색어도 신고에 의해 제외 처리되고 있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보 유통 측면에서도 보다 분명한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네이버가 올해 3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 ‘후보자명 자동완성·연관 검색 노출 중단’을 선언한 점도 국민의 알권리를 축소시키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KISO는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기간보다도 긴 기간 후보자명의 자동완성 및 연관 검색 노출을 전면 중단한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며 “이런 점을 함께 고려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이 2009년 3월 인터넷 관련 각종 정책적 제언을 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 네이버, 카카오 등 11개 업체가 회원사로 있다. 네이버는 2012년 검색어 조작 논란이 일자 이 단체에 검증을 맡기기도 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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