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엄마 등친 가짜 엄마… 가족사진 프로필의 ○○맘 “육아용품 싸게 팔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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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사이트의 신뢰도 높은 ID도용… 가상계좌로 돈받아 추적 피해
2500만원 뜯은 20대男 구속도
피해 막으려면 ‘사이버 캅’ 앱 활용… 직거래땐 ‘결제예치 서비스’ 이용을

“그 사람도 아기 엄마라 해서 믿고 돈을 부쳤는데…. 어쩐지 아기 엄마 치고는 카카오톡 말투가 너무 남성스러웠어요.”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 씨(35)는 최근 돌이 지난 아기를 위해 유명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커뮤니티인 ‘중고나라’에서 수입 아기용품을 구매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피셔프라이스 바운서, 타이니러브 모빌 싸게 팝니다’라며 아기를 키우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브랜드를 구체적으로 적어놓은 글에 김 씨는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중고나라에서 아기 엄마 행세를 하며 사기를 벌이는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 이들이 허위로 판매 글을 올리는 물품은 아기용품을 비롯해 공연 티켓, 호텔 숙박권까지 다양하다. 특히 아기용품은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인 유명 수입 브랜드의 보행기, 의자, 젖병소독기 등이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아기 엄마인 척하며 허위 판매 글을 올려 피해자 86명으로부터 2511만 원을 받아 챙기고 물품을 보내지 않은 이모 씨(24)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요즘 중고나라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사기 유형은 이미 물건을 판매한 이력이 있어 신뢰도가 있는 아기 엄마의 아이디를 도용한 후 거래를 하는 것이다. 이 씨 또한 4월 15일∼8월 10일 타인 명의의 아이디로 허위 판매 글을 게시했다. 게다가 이 씨는 엄마들을 대상으로 쉽게 범행하기 위해 사이트에서 ‘○○맘’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해 아기 엄마 행세를 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상계좌로 열리는 게임머니 통장, 도박사이트 계좌로 돈을 입금하게 하는 수법도 요즘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기 유형이다. 지난달 중고나라 카페에서 사기를 당한 주부 박모 씨(34)는 ‘농협 넥슨’ 명의의 통장으로 돈을 부쳐 달라는 요청에 의심 없이 10만 원을 보낸 후 판매자와 연락이 두절됐다. 알고 보니 그 통장은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가상계좌로, 게임머니 통장이었다. 게임머니 통장은 게임 사용자가 해당 계좌에 입금된 돈을 사이버 머니로 환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거래 전에 경찰청 ‘사이버 캅’ 앱을 통해 판매자의 전화번호, 계좌번호에 대한 사기 피해 신고이력을 확인해야 한다”며 “개인 간 직거래 시에는 ‘결제대금 예치서비스(중개서비스회사의 안전거래장치)’를 이용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중고사이트#사이버 캅#직거래#가상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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