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거듭하는 유튜브 “우리 경쟁상대는 TV”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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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런던사무실 건물 ‘유튜브 스페이스’ 현장

15일(현지 시간) 오전 영국 런던 ‘유튜브 스페이스’에서 동영상 제작자들이 촬영용 소품을 만들고 있다. 구글은 런던 외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에서도 스튜디오 녹음실 편집실 등을 무료로 빌려주고 있으며 이는 유튜브를 단순한 동영상 시청 사이트가 아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구글의 노력 중 하나다. 런던=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15일(현지 시간) 오전 영국 런던 ‘유튜브 스페이스’에서 동영상 제작자들이 촬영용 소품을 만들고 있다. 구글은 런던 외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에서도 스튜디오 녹음실 편집실 등을 무료로 빌려주고 있으며 이는 유튜브를 단순한 동영상 시청 사이트가 아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구글의 노력 중 하나다. 런던=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흰 가운과 장갑 보호안경을 낀 20여 명은 초록색 실리콘을 몇 번이고 녹이고 굳혔다. 진짜 같은 ‘가짜 팔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입고 있던 가운마다 남은 빨간 얼룩은 ‘가짜 피’를 만들었던 직전 수업을 상상하게 했다.

15일(현지 시간) 오전 영국 런던 중심부의 구글 사무실이 있는 건물 ‘유튜브 스페이스’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에 열중하는 이들은 유튜브에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 올리는 감독들이다. 1만 명 이상의 고정 시청자를 갖고, 전 세계 10만 명 이상이 본 동영상을 만든 경험이 있는 나름 ‘베테랑’들이다. 유튜브 유럽 담당 디렉터인 스티븐 누탈 씨는“무료로 카메라 촬영, 녹음, 편집 등 전문적 제작기술을 가르쳐주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 지원 프로그램 참가자들”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스페이스는 구글의 ‘유튜브 활용법’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단순히 재미있는 동영상을 보기 위한 사이트가 아닌 개인 기업 모두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는 ‘차세대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누탈 씨는 “콘텐츠 제작 지원을 통해 동영상 수준을 높이면 더 많은 사람과 기업이 찾게 되고 광고비의 상승이란 구글 수익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56억 달러(약 5조9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알려져 있다.

강의실 바로 옆에 마련된 스튜디오는 공포영화의 세트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SF 공포 영화의 대가로 꼽히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유튜브가 준비한 핼러윈 기념 프로젝트를 위해서다. 일반 동영상 제작자들이 세트장을 이용해 단편 공포영화를 찍고 유튜브 스페이스 공식 채널에 올리면 최우수작을 선발해 영화화 기회를 줄 계획이다. 구글 관계자는 “다양한 유튜브 프로젝트는 인터넷 이용자와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말했다.

2006년 구글이 단순히 동영상을 올리는 사이트를 16억5000만 달러(약 1조7500억 원)라는 거액에 인수했을 때 전 세계는 ‘성공에 취한 구글의 과소비’라고 평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유튜브 광고효과를 빌리지 않고서 사업 성공을 논하기 어려워졌다. 일반 기업뿐 아니라 동영상 제작 전통매체인 방송국들도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려 수익을 올린다. 지난해 기준 월평균 10억 명 이상이 유튜브를 찾아 60억 이상의 시간 동안 동영상을 보고 있다.

이날 유튜브 스페이스에서 만난 유럽 중동 아프리카 총괄 데이비드 리퍼트 씨는 “방송사는 예전부터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전송하려면 600개 정도의 채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유튜브에서 현재 연간 10만 달러 이상 수익을 내는 채널만 수천 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광고와 홍보를 위해 꼭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됐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유튜브 유명 채널 풀스크린(Full Screen)은 미국 통신회사 AT&T가 주축이 돼 만든 오터 미디어에 수백억 원을 받고 지분 일부를 팔았다. 구독자 수만 3600만 명에 달하는 풀스크린은 ‘유튜브 스타’들과 계약을 하며 몸짓을 불려온 업체다.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유튜브의 경쟁상대는 어디일까. 리퍼트 씨는 “유튜브의 경쟁 상대는 TV”라며 “특정 연령, 성별, 취미 등 세분화된 소비층을 겨냥한 수천, 수만 개 채널이 유튜브에 있다”고 말했다.

런던=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유튜브#구글#유튜브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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