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데이터를 평등하게” 美 ‘인터넷 슬로다운’ 집단행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1일 1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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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인터넷 슬로다운'이라는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킥스타터 래딧 등 미국 인터넷 기업들은 10일(현지 시간)부터 웹사이트 초기화면에 바퀴 모양 아이콘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양의 배너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네트워크 사업자가 모든 데이터를 평등하게 취급하고 어떤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강화하도록 촉구하기 위함이다. 바퀴 모양 아이콘은 '인터넷이 느려지면 사용자는 이 아이콘을 보며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네트워크 사업자의 망 관리(속도 제한) 자격 부여에 반대하는 입장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미국 대표적인 소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인터넷 속도 제한 정책을 멈춰라'라는 문구와 함께 바퀴 모양 아이콘을 게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또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속도 제한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인터넷을 파괴하는 행동'이란 항의문을 함께 올렸다.
이번 단체행동은 '배틀 포 더 넷(Battle fot the Net)'이란 비영리 단체가 주도했다. 인터넷 기업뿐 아니라 포르노 영상 사이트 등 다양한 기업들도 동참 중이다.

미국은 2010년부터 망 중립성 원칙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1월 미국 워싱턴 컬럼비아특별구 연방항소법원이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에 망 중립성 원칙을 적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을 계기로 규제 법규를 새로 만들기로 했고 현재 업계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당시 연방항소법원은 미국 1위 이동통신사업자이자 망 제공업체인 버라이즌이 2011년 FCC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버라이즌의 손을 들어줬다. 버라이즌은 "인터넷 망을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 제공업체를 동등하게 대우하라는 FCC의 망 중립성 원칙은 폐기돼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인터넷망 제공업체는 통신법에 따른 '공공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며 "망 중립성 원칙을 적용하면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결했었다.

버라이즌 등 이동통신사업자와 컴캐스트 등 유선 인터넷망 업체들은 망 구축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구글 같은 포털 업체,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콘텐츠 제공업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메신저업체 등이 망의 절반 이상을 사용해 속도 및 품질 저하의 어려움을 겪어오고 있다.

FCC는 새로운 인터넷 규제법규 초안을 만들기 위해 사용자들과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접수하고 있다. 이달 15일 의견 수렴 기간이 끝난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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