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치과의사도 보톡스 시술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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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위반 아니다”… 판례 뒤집어… 얼굴 시술 전면허용엔 선그어
의사協 “면허기본 무너져” 반발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을 해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보톡스 시술은 치과의사의 의료면허 범위를 넘는다’는 기존 판례를 뒤집는 것이어서 치과의사들의 시술이 활발해지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1일 환자들에게 보톡스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치과의사 정모 씨(48) 사건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정 씨는 서울 강남에서 치과를 운영하며 2011년 10월 환자의 눈가와 미간 주름을 펴는 보톡스 시술을 두 차례 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보톡스 시술법을 이용한 눈가, 미간의 주름 치료는 치과 의료행위의 대상이 되는 질병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유죄 판결했다. 항소심도 “의료법상 치과 의료행위란 치아와 그 주위 조직 및 구강을 포함한 턱과 턱뼈를 둘러싼 (악안면) 부분에 한정된다”라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 문제가 국민 의료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5월 공개변론을 열어 집중 심리해 왔다.

대법원은 “치과 의료행위에 대한 관념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시대 상황과 의학 기술의 발달, 소비자 인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현행 의료법은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한정했지만 치아, 구강, 턱 등 전통적 치과 진료영역을 넘어 치과의사에게 허용되는 의료행위의 영역이 새로 생겨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판결에는 이미 치과 의료 현장에서 사각턱 교정, 이갈이 및 이 악물기 치료 등에 보톡스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 양악 수술이나 구순구개열(언청이) 수술처럼 의학-치의학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렵고 양쪽 모두 시술하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 등이 작용했다. 치과대학에서 안면교육을 하고 있고, 치과의사 국가시험에 구강악안면외과 과목이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 위험도가 일반의사보다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김용덕, 김신 대법관은 “의료법에서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구별한 취지는 서로의 영역을 분리해 전문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치과적 치료 목적 없이 안면부에 대한 시술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넘는 행위”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대법원도 “이번 판결이 치과의사의 안면부 시술을 전면 허용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즉각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공개변론 치과 측 참고인이었던 서울아산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이부규 교수는 “보톡스 치료는 치과의사들이 예전부터 해왔던 시술”이라며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면서도 “의사면허의 기본적인 것들이 무너지게 됐다”고 반발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최지선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치과의사#보톡스#의료법위반#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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