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뇌피질 먼저 밝혀 뇌 연구 ‘허브’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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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한국뇌연구원장

김경진 한국뇌연구원장은 “대뇌피질 연구를 선점해 국내외 뇌 연구의 허브가 되겠다”고 밝혔다. 한국뇌연구원 제공
김경진 한국뇌연구원장은 “대뇌피질 연구를 선점해 국내외 뇌 연구의 허브가 되겠다”고 밝혔다. 한국뇌연구원 제공
포털 사이트에서 ‘뇌 연구’를 검색하면 한국뇌연구원이 맨 위에 뜬다. 2011년 정부가 설립한 첫 국가 뇌 연구소다. 15일 대구 동구 첨단로에 있는 한국뇌연구원을 찾았다. 김경진 원장(64)은 “지난달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국 이후 뇌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며 “2000명쯤 되는 국내 뇌 과학자들의 연구 역량을 한데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국내 뇌 연구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정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인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 치료 기술 개발 사업단’을 2003년부터 10년간 이끌었다.

김 원장은 “뇌 연구에도 ‘유행’이 있다”며 “한때 뇌 안쪽에 있는 기억 저장 장치인 해마가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쾌락이나 공포 등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 연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뇌연구원은 대뇌피질을 주력 분야로 정하고 ‘대뇌피질 융합연구단’을 꾸려 연구를 시작했다. 김 원장은 “뇌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 중 하나가 기억과 사고, 언어, 각성 등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이라며 “대뇌피질은 세계 뇌 연구에서 미개척 영역인 만큼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국내에 1대뿐인 3차원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쥐 뇌에 수백만 개씩 있는 피질기둥을 5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두께로 잘라 절편을 만든 뒤 사진을 찍어 뇌 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기둥 하나의 지도를 만드는 데 500일가량 걸린다. 미국 하버드대는 반나절이면 기둥 하나를 해독하는 최첨단 현미경으로 앞서 가고 있다.

그는 “인간의 뇌에는 신경세포가 1000억 개 있고, 이들의 연결망을 확인할 수 있는 원천기술은 대부분 개발됐다”며 “누가 먼저 신경세포 연결망 지도를 만드는지에 대한 ‘속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13년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발표했고, 유럽연합도 10년간 10억 유로(약 1조3000억 원)를 투자해 인간의 뇌와 닮은 인공신경망을 개발하는 ‘인간 두뇌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속도전에서 앞서 가고 있다.

김 원장은 “뇌 지도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취급해야 하는 빅데이터 연구인 만큼 국내외 연구자들과 협업할 계획”이라며 “한국뇌연구원이 국내 뇌 연구의 허브가 돼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앨런뇌과학연구소의 성공 모델에 관심이 많다. 앨런뇌과학연구소는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폴 앨런이 2003년 사재 1억 달러(약 1150억 원)를 들여 만든 비영리 사설 연구소다. 앨런뇌과학연구소는 ‘오픈 사이언스’를 지향한다. 연구소에서 나오는 모든 데이터를 무상으로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공개한다. 융합도 연구소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김 원장은 “뇌 연구는 한 연구단이나 한 기관이 단독으로 하기 어렵다”며 “5∼10년 뒤 대뇌피질 연구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해외에서 한국뇌연구원에 먼저 러브콜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김경진#한국뇌연구원장#대뇌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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