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맞을때 간호사도 의사도 일어나 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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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착한 병원]<23> 대전선병원

대전선병원의 모든 직원은 환자를 맞을 때 일어나 인사한다. 의사와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친절교육을 받고 있는 병원 직원들. 대전선병원 제공
대전선병원의 모든 직원은 환자를 맞을 때 일어나 인사한다. 의사와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친절교육을 받고 있는 병원 직원들. 대전선병원 제공
14일 방문한 대전 중구 목동의 대전선병원.

이곳을 찾는 환자가 직원을 처음 만나며 놀라는 표정을 짓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모든 직원이 환자를 맞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는 이른바 ‘발딱 응대’를 하기 때문이다. 의사도 진료실에 환자가 들어오면 일어나 인사를 한다.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갈 때도 마찬가지다. 직원의 친절한 서비스는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은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선병원의 이 같은 서비스는 서울 대형 병원들이 벤치마킹할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대전선병원 신입 간호사들이 환자 입장이 돼 보는 ‘환자 역할극’을 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이를 통해 ‘역지사지’의 서비스 정신을 배운다. 대전선병원 제공
대전선병원 신입 간호사들이 환자 입장이 돼 보는 ‘환자 역할극’을 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이를 통해 ‘역지사지’의 서비스 정신을 배운다. 대전선병원 제공
○ 직원들, 환자 역할극으로 ‘역지사지’

직원의 서비스 교육은 입사 직후 받는 ‘환자 역할극’에서부터 시작된다. 직원들은 이러한 연극을 통해 환자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훈련을 받는다. 즉, 가상의 환자가 억지를 부리는 등의 당혹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때 직원의 표정, 자세, 말투가 어떻게 바뀌는지 비디오에 담아 보여준다. 이를 토대로 환자를 응대하는 태도를 수정한다.

병원에는 서비스를 꾸준히 개선하기 위한 특별한 제도가 있다. 환자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불만사항이 해결될 때까지 추적하는 전담 직원인 CCO(Chief Client Officer) 제도가 그것. 직원들은 병원 내부 통신망에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를 수시로 올린다. 팀장들은 직원이 낸 아이디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진행 중’ ‘개선 완료’ ‘검토 중’ 등으로 즉각 응답을 올려야 한다.

청소처럼 작은 부분에도 세심한 서비스 정신이 담겨 있다. 병실 청소는 6인실부터 3인실, 2인실, 1인실, 특실 순으로 진행한다. 보다 많은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청결한 환경을 제공하는 게 환자 친화 서비스의 기본이라는 생각에서다. 검진센터 일부 직원을 제외하고 직원 1500여 명은 대부분 정규직이다.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청소와 환자식 조리를 담당하는 직원도 정규직이다.

병원에서 만난 환자 박금옥 씨는 “처음에는 외래진료 때 의사가 먼저 일어나 인사를 해 당황하기도 했다”며 “병원에 오면 직원이 친절하게 대해 주어 마음이 놓인다”라고 말했다. 환자 김기석 씨는 “의술은 인술이라는데 친절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전했다.

○ 응급실, 모든 환자에게 독립된 공간 제공

병원엔 포르말린 같은 소독약 때문에 생기는 ‘병원 냄새’가 없다. 천장 곳곳에 공조 시스템을 설치해 냄새를 밖으로 빼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은은한 커피 향이 풍기고 클래식 음악이 들려온다. 오송철 대전선병원 홍보실장은 “우리 병원은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수준의 공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병원 냄새 때문에 생기는 환자의 거부감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병원의 모든 조명은 눈부심이 없는 간접 조명이다. 누워 있는 환자가 눈이 부시지 않도록 고려한 것이다. 세면대 높이는 휠체어가 밑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높이를 115cm로 통일했다.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이 높이로 정했다. 이 병원의 암병원 지하 1층은 높이가 4m나 된다. 암 환자들이 지하에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도록 천장을 높게 설계한 것.

병원 응급실도 인상적이다. 다른 병원 응급실이 대개 야전병원처럼 천 칸막이로 가린 공간에서 진료하는 데 비해 선병원은 모든 응급환자에게 독립된 진료실을 제공한다. 의료진 회의실은 응급실 안에 있어 커피를 마시다가도 환자가 오면 바로 진료할 수 있다. 응급실 입구에는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안에서 환자가 도착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런 설비를 갖춘 덕분에 지난해 초 이 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100점 만점을 받으며 전국 최고 수준을 인정받았다. 중증응급환자 응급실 체류시간은 평균 0.98(1시간 이내)시간으로, 전국 병원 평균 5.9시간보다 훨씬 짧다. 중증응급환자가 신속하게 수술실, 중환자실로 옮겨져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는 의미다.

1966년 선호영 전 원장(2004년 작고)이 문을 연 이 병원은 현재 둘째 아들인 선승훈 원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은 선 원장은 병원 경영에 서비스 마인드를 도입했다. 선 원장은 “부친께서 ‘언제나 제약 없이 최선의 진료를 하라. 돈이 부족해도 진료를 하라’고 강조하셨다”면서 “처음엔 의사가 환자에게 인사하기를 꺼렸지만 지금은 전 직원이 환자중심 병원을 만드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 선정위원 한마디 “환자 눈높이 서비스, 벤치마킹 모범사례” ▼

착한 병원 선정 위원들은 환자를 최대한 배려하는 대전선병원의 서비스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장동민 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환자 역할극은 환자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담긴 것”이라며 “의사가 환자에게 인사하기, 병원 곳곳에서 음악 들려주기, 간접 조명 등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환자 눈높이 서비스여서 다른 병원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는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위원들은 모범적인 병원 경영이 서비스 향상에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유인상 위원(뉴고려병원 의료원장)은 “부친에 이어 선승훈 원장 등 삼형제가 경영을 맡아 똘똘 뭉치고 서로 분업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학석사(MBA) 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배지수 위원은 “서비스를 꾸준히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CCO 제도도 인상적이다”고 평했다.

대전=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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