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구인회]말기환자 호스피스-완화의료 확대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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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회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구인회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임종이 가까운 회복 불가능한 말기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은 무의미하고 과도한 치료를 중단하여 불필요한 치료에서 오는 고통을 덜어주고 인간적 품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그 목적이 있을 것이다.

죽음이 임박한 경우 치료 중단 여부에 대한 결정은 일반적 법규로 정해 놓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 어떤 객관적 법적 규정도 아주 다양하고 복잡한 개별 환자의 상태에 올바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심폐소생술이라든가 인공호흡기 부착은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상황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의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의료진 자신도 그 경계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의 존엄은 필요한 치료를 보류하거나 중단하지 않고, 적절히 처치하며, 더 나아가 과잉 치료를 하지 않음으로써 보호될 수 있다. 의사의 의무는 환자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따른 치료법과 합당한 처치가 무엇인지 판단하여 조치를 취하는 데 있다.

장기간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 환자 본인과 가족들을 정신적 경제적 공황 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말기 환자를 위한 건강보험제도를 정비하고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또 환자가 치료를 중단한 후 자연적 죽음에 이르기까지 통증 완화 치료와 정서적이고 영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호스피스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

대만에선 암 사망자의 20%, 싱가포르에선 70%가, 국내에선 12.7%(2013년 기준)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돌봄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암관리법에 규정되어 있어 제도적으로 암 이외의 환자는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대상이 아니므로 임종 과정 환자의 대부분이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현장에서 연명의료 결정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활성화하여 임종 과정 환자에게 과도하고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의료비 지출도 절감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추진할 것은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독립법으로 제정하는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앓는 모든 환자에게 완화의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국민의 인간적 존엄을 마지막 순간까지 유지하고, 생명 존중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동시에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절감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구인회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말기환자#호스피스#연명 의료#완화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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