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 Beauty]몸에 이식돼 24시간 감시… 급성 심정지를 막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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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이식형 제세동기(ICD)와 심장리듬 재동기화 치료기기(CRT)

우리 몸엔 절대로 멈춰서는 안 되는 기능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심장 박동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특별한 예고 없이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심장은 멈춰서기도 합니다. 혈액 순환이 정지되면서 뇌를 빠르게 손상시켜 대부분 사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2만9356명이 이런 급성 심정지를 경험했습니다. 이 가운데 생명을 유지한 상태로 입원한 환자는 16.5%, 퇴원까지 한 환자는 불과 4.9%입니다. 더구나 건강하게 퇴원해 일상생활로 복귀한 환자는 심정지 환자 100명 중 2명에 불과한 1.9%였습니다. 그만큼 급성 심정지는 치명률도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바로 이식형 제세동기(ICD)와 심장리듬 재동기화 치료기기(CRT)가 바로 그것입니다.

지난해 12월 벨기에의 프로배구 경기장에서 많은 사람들은 ICD가 만든 기적을 목격했습니다. ‘크리스토프 호호’라는 선수가 경기 도중 심장 발작으로 쓰러졌습니다. 부정맥이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선수는 의식을 잃은 지 불과 몇 분 후 거짓말처럼 벌떡 일어났습니다. 멀쩡한 의식으로 경기 뒤 경기를 끝까지 못 뛴 아쉬움을 토로는 인터뷰까지 했습니다.

부정맥의 일종으로 맥박이 지나치게 빠른 빈맥 환자는 ICD를, 심방과 심실로 이어지는 심장근육의 움직임에 리듬이 깨진 만성 심부전의 경우 CRT를 사용합니다.

ICD와 CRT는 환자 몸속(쇄골 아래)에 이식돼 심장 리듬을 24시간 감시합니다. 그리고 심장 리듬의 이상신호를 감지하면 적절한 전류자극을 줘 심장 리듬을 정상화시킵니다. 통계에 따르면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공공장소에서 급성 심정지를 맞이하는 환자는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환자 몸속에 ICD나 CRT가 있다면 환자가 가정이나 외진 곳에 있더라도 심정지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확률이 크게 늘어납니다.

그러나 ICD나 CRT가 과거 모든 환자에게 환영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심장 리듬을 바로잡으려는 전류 자극이 부적절한 타이밍에 발생해 오히려 환자에게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고, 그 부피가 크고 각진 모양이어서 환자가 피부에 느끼는 압박감이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피부 손상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심장 리듬 감지와 전류자극 타이밍이 정교해지고 디자인 또한 유선형으로 바뀌는 등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솔루션도 본인의 상태를 모른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자신의 몸에 대한 적절한 관심과 전문의와의 상담이 이런 신기한 물건들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합니다.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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