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학을 달린다]간센터 세워 통합진료… 생체이식 분야 성과 높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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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교수급 전문의가 직접 환자관리, 간 이식 수술 성공률 높아져

이대목동병원 간센터 의료진이 간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이대목동병원 간센터 의료진이 간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박성애 씨(65)는 지난해 간경변증(간경화)이 악화돼 서울 이대목동병원에 입원했다. 간경변증은 염증이 심해져 정상적인 간 조직에 재생결절(작은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현상)이 생겨 간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박 씨는 지난해 12월 폐렴, 황달 증세까지 심해졌고 복수가 차면서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의료진은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센터(KONOS)에 박 씨를 대기자로 올렸다. 혼수 상태이므로 장기기증 우선선정 조건에 부합해 명단엔 이름을 올렸지만 대기자가 너무 많았다. 실제 이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이브였던 지난해 12월 24일. 기적적으로 대전에서 기증자가 나타났다. 의료진은 곧바로 앰뷸런스를 타고 대전으로 가서 기증자의 간을 분리해 서울의 병원에 돌아와 간 이식 수술을 시작했다.

손발 척척 간이식 전문 이현국, 홍근 교수


이대목동병원 이현국 교수가 박 씨의 간을 제거하는 동안 홍근 교수는 기증자의 간 혈관을 정비하는 벤치(bench) 수술을 진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간 이식 수술 준비를 마쳤지만 또 하나의 산이 가로막고 있었다. 박 씨는 간경변증이 심해 간에 혈액을 공급하는 간문맥이 혈전으로 막혀있었던 것. 섣불리 간문맥의 혈전을 제거하다가 대량 출혈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의료진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간 이식 수술 전문가인 홍 교수의 주도로 혈전 제거와 기증자의 간을 다른 혈관들과 연결하는 고도의 수술이 진행됐다. 기증자의 몸에서 간을 떼어낸 순간부터 이식 수술을 마칠 때까지 꼬박 24시간이 걸렸다.

수술 뒤 하루 만에 의식이 돌아온 박 씨는 폐렴 치료를 위해 한동안 중환자실에 머물렀지만 결국 건강을 회복했다. 박 씨는 “수술 뒤 경과가 좋았다. 간 전문센터에서 수술 받기를 잘한 거 같다”고 말했다.

통학진료 개념의 간센터 개설


이대목동병원은 간 질환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간센터를 개설했다. 이전까지는 소화기센터에서 간 질환 환자들을 진료했다. 유권 이대목동병원 원장 겸 간센터장은 “간 질환을 특성화하면서 장기 이식 등 고도의 간 수술 결과가 좋아지고 있다”며 “2017년 서울 마곡지구에 문을 열 예정인 제2부속병원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간센터는 통합진료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화기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 전문의들의 협진이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또 전문 코디네이터가 센터 내에 상주하면서 환자들을 1 대 1 맞춤형으로 통합 관리하고 있다.

간센터 독립 운영 이후 수술 성공률도 높아지고 있다. 간센터 이후 출범된 간 이식팀은 3월까지 10건의 간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증, 간세포암, 선천성 담도폐쇄증 등 다양한 질환을 함께 갖고 있는 환자에게도 간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특히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절제해 이식하는 생체 간 이식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간 이식팀은 지난해 29세 남자의 간을 50세 여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 이식에 성공했다. 수술을 받은 최명순 씨는 특별한 합병증 없이 퇴원했고, 간을 제공한 아들 김영호 씨도 건강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최 씨는 “간경화라는 사실이 우리 가족에겐 충격이었고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대목동병원 간센터의 뛰어난 의료 수준과 정성, 친절한 간호, 격려와 지원 덕에 새 삶을 얻는 행운을 갖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문의 24시간 대기, 교수가 직접 환자 관리

이대목동병원 간센터는 교수급 전문의들이 환자 관리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환자 관리는 일차적으로 전공의 또는 전임의가 맡는 게 보통이다.

유 원장은 “중환자 전문의인 이영주 중환자실장과 홍근 교수 등이 직접 수술 전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이대목동병원 간센터가 간 이식 수술에 성과를 내면서 일부 병원에 편중됐건 간 이식 수술 대기 현상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이 24시간 신속 대응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원활한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지난해 9월 한국장기기증원(KODA)과 ‘뇌사 장기기증자 관리 및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한국인체조직기증재단과는 업무협약을 맺고 인체조직기증 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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