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게임 장르의 기틀을 세운 게임들 TOP 6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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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9월 27일 0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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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한 프로그램에 불과했던 게임은 1971년 최초의 아케이드 게임 '컴퓨터 스페이스'를 시작으로 급속한 발전을 이루어 현재 99억 달러(한화 약 10조 9천억 원)에 달하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시장으로 발돋움 했다.

이처럼 게임의 급속한 성장에는 게이머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큰 공헌을 한 것이 사실. FPS, RPG, 어드벤처, 시뮬레이션 그리고 VR에 이르기까지 게임은 저마다의 독특한 색을 가진 작품을 선보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살아남으며 매년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그렇다면 태초에 거대한 폭발 '빅뱅'을 시작으로 우주가 창조되었듯, 장르의 기틀이 된 게임은 무엇이 있을까? 이번 히스토리에서는 RPG, FPS,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등 게임의 장르를 거슬러 올라가 장르의 완성 혹은 탄생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게임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울티마9 승천(자료출처- 게임동아)
울티마9 승천(자료출처- 게임동아)


<종이에 씌여지던 RPG, 컴퓨터 세상으로 나오다- 울티마>

현재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장르 중 하나인 RPG에서 울티마는 그야말로 RPG라는 거대한 저택의 주춧돌이 된 게임이다. 비록 RPG는 종이와 펜을 이용한 일종의 보드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울티마는 책으로만 존재하던 RPG를 컴퓨터라는 무한한 세계로 이끌어낸 기념비적인 작품인 것이 사실.

1981년 처음 세상에 등장한 울티마는 '로드 브리티쉬' 리차드개리엇이 개발한 RPG였다. 1974년 등장한 보드게임 던전앤드래곤(이하 D&D)의 열혈팬이었던 19살 청년 리차드개리엇은 D&D를 컴퓨터로 즐기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고 컴퓨터 롤플레잉게임(CRPG)의 기틀을 다진 '아칼라베스'를 개발한 이후 영국 신화에서 많은 부분을 참조한 방대한 세계관과 더욱 진화된 게임 시스템을 연구한 결과 울티마를 제작하게 되었다.

울티마1(자료출처- 게임동아)
울티마1(자료출처- 게임동아)


영국의 한 청년이 다른 차원의 세계 브리타니아로 넘어가 '아바타'라 불리며 모험을 다룬 울티마는 1~3편까지의 '암흑의 시대', 4~6편까지의 '계몽의 시대' 7~9편까지 아마게돈 시대 등 총 3개의 시리즈로 나뉘어 출시돼 자그마치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게이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울티마가 RPG 장르에 미친 영향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울티마 시리즈의 서막을 연 울티마1의 경우 독자적인 스토리라인과 함께 단순히 하나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게이머의 취향에 따라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요소가 도입되어 기존 게임과 차별화를 두었다.

이런 모습은 '울티마3'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기존의 게임들이 하나의 캐릭터로 게임을 진행했어야 했던 것과는 달리 여러 캐릭터를 성장시켜 함께 싸울 수 있는 '파티' 시스템을 선보여 기존의 RPG 흐름에 판을 바꾸어 놓기도 했다.

아울러 시리즈 사상 가장 걸작으로 꼽히는 '울티마4'는 각 도시별로 등장하는 8대 미덕을 바탕으로 한 '명성시스템'을 도입해 게이머가 어떤 미덕에 맞는 조건에서 적들을 쓰러뜨렸는지를 게임 속에 반영했다. 더욱이 이들 8대 미덕은 모두 울티마의 세계관과 어우러져 등장하기 때문에 세계관과 시스템을 모두 완벽히 이해해야만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스토리를 따라가고 전투를 즐기는 것을 넘어 게임 속의 도덕적 철학과 윤리를 완벽히 이해해야만 게임을 완료할 수 있는 심오한 게임으로 게이머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던져준 셈이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스토리라인 역시 게이머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충분했다. 악의 마법사와 그의 부하들과의 전투를 다룬 1~3편과 악의 마법사와의 전투로 인해 벌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벽한 미덕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아바타의 모험을 다룬 4~6편, 그리고 절대 악을 상대하기 위한 마지막 전투를 다룬 7~9편까지 하나의 시리즈에서 벌어진 일이 다음 시리즈에 영향을 미치는 다차원적인 스토리라인을 통해 게임의 흥미를 높이기도 했다.

울티마 온라인(자료출처- 게임동아)
울티마 온라인(자료출처- 게임동아)


물론 1996년 '명작의 횡포'라 불리는 '울티마9: 승천'으로 그다지 좋게 끝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MMORPG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1997년 등장한 '울티마 온라인'은 혼자 만의 세계라는 개념을 넘어 멀티플레이를 통해 보다 넓은 세상에서 게이머들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은 물론, 게이머들의 손으로 세계를 창조하고 다양한 직업, 스킬, 사냥 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등 지금의 온라인게임 특히 MMORPG의 기틀은 잡은 게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특히, 이러한 울티마 시리즈의 세계관 확장은 이후 온라인게임에도 큰 영향을 미쳐, 에버퀘스트, 에이지오브카멜롯, 리니지 등의 MMORPG에 기틀이 되기도 했으며, 인터넷 환경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인 패키지 상품의 판매와 월 정액 이용권을 판매하는 등 지금의 온라인 게임의 상품화에 모델을 제시한 게임이기도 했다.

아타리의 어드벤처(자료출처- 게임동아)
아타리의 어드벤처(자료출처- 게임동아)


< 게임의 이름이 장르가 되어버린 전설의 게임 '어드벤처'>

90년대 게임을 즐긴 게이머에게 어드벤처 장르는 게임 그 이상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림판당고', '원숭의섬'의 비밀 등 수 많은 명작 어드벤처 게임들이 쏟아지며 전성기 보낸 것이 바로 90년대였기 때문.

게임 속 문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해 해결하는 어드벤처 장르는, 마치 소설을 읽는 듯 몰입도 높은 스토리를 풀어가는 재미와 게이머의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다양한 퍼즐, 그리고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머리싸움 등 '어드벤처' 즉 '모험'을 보다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림판당고(자료출처- 게임동아)
그림판당고(자료출처- 게임동아)


아울러 어드벤처 게임의 목적은 게임의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으로, 게이머의 플레이에 따라 여러 엔딩을 볼 수 있는 롤플레잉 장르와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특별한 전투나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액션 장르와 차이점을 가진다.

이러한 어드벤처 장르에 시작을 연 게임은 아이러니 하게도 1979년 아타리에서 출시한 '어드벤처'였다. 사악한 마법사가 숨긴 성배를 다시 돌려놓는다는 전형적인 용사 이야기를 다룬 '어드벤처'는 입수할 수 있는 아이템의 상관 관계에 따라 성배를 지키는 용들을 물리칠 수 도 잡혀 먹히기도 하며, 게임 플레이 중 등장하는 여러 문제의 해답을 힌트를 조합해 얻을 수 있는 등 지금의 어드벤처 게임의 흐름을 그대로 구현한 게임이었다.

어드벤처 스크린샷(자료출처- 게임동아)
어드벤처 스크린샷(자료출처- 게임동아)


여기에 총 3단계로 나뉘는 '난이도'가 등장하는데, 1단계는 미로가 없으며, 2단계는 일반 게임과 동일하게 진행되고, 3단계에서는 게임을 완전히 외우지 않으면 진행조차 어려울 정도로 등장하는 용의 위치 및 게이머의 위치가 모두 '랜덤'하게 등장한다. 초보자부터 고수까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을 이미 40년 전부터 선보인 셈이다.

이 '어드벤처'는 모험과 스토리의 완성이라는 장르의 핵심 재미를 수 많은 게이머들에게 선보였으며, 이후 등장하는 게임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이후 어드벤처 게임의 전성기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기도 했다.

도타 올스타즈(자료출처- 게임동아)
도타 올스타즈(자료출처- 게임동아)


<워크래프트3에서 태어난 불꽃 세계를 집어 삼키다. MOBA의 시초 '도타 올스타즈'>

현재 세계 게임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장르라고 한다면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 벨브의 도타2로 대표되는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이른바 'MOBA'를 꼽을 수 있다. 몰려 오는 적을 막는 '디펜스', 캐릭터를 육성하는 'RPG', 캐릭터를 컨트롤하며 전략을 펼치는 '시뮬레이션' 등 MOBA는 다양한 장르가 복합적으로 융합된 장르다.

국내에서는 초창기 유명 게임인 'Aeon of Strife'의 이름을 딴 AOS 장르로도 불리기도 하는데, 해외에서도 AOS, 액션 실시간 전략의 약자인 ARTS 등 다양한 이름을 쓰고 있지만, 현재는 MOBA로 통일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MOBA는 성장과 팀플레이의 조합이라는 특유의 재미와 3인 혹은 5인이 한 팀이 되어 즐기는 전략적인 팀 플레이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자신이 플레이하는 것을 넘어 보다 직관적인 경기 관람을 가능케하는 e스포츠 장르에 특화된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MOBA는 현재 e스포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장르로 자리 잡아 수 십 억의 상금이 오고 가는 세계적 규모의 대회가 대륙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사실 MOBA 장르는 블리자드의 패키지 게임 워크래프트3의 '월드 에디터'를 통해 개발된 수 많은 '사용자 정의 맵' 중 하나로 시작되었다. 전문 개발자가 아닌 아마추어 게이머들이 만든 맵인 만큼 시도는 새로웠지만 그 깊이는 다른 게임들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 많은 컨셉의 게임들이 등장하고 이를 보다 발전시킨 게임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여 점차 MOBA의 기틀을 잡아 나갔고, 그 정점에 이른 게임이 바로 '도타 올스타즈'였다.

전설의 게임 'Aeon of Strife'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도타 올스타즈'는 넥서스를 파괴하는 디펜스게임 장르를 바탕으로, 아이템 구매와 레벨업을 통한 캐릭터(챔피언)의 성장, 게이머의 스킬 컨트롤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지는 전투, 게이머들의 방해를 뚫고 타워를 공략하는 전략 플레이까지 기존 장르의 핵심 재미 요소를 모두 담고 있던 게임이었다.

LOL 프렐요드(자료출처- 게임동아)
LOL 프렐요드(자료출처- 게임동아)


모드로 개발된 게임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아이스프로그'(IceFrog)와 '스티브 픽'(Guinsoo / 이하 '구인수')을 통해 '도타 올스타즈'는 지속적인 버그 패치와 신규 캐릭터 등장, 밸런스 조절 등의 작업을 통해 아마추어 게임을 넘어서 하나의 장르를 선도하는 작품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도타 오리지널의 해킹 사건 등 수 많은 이야기가 있기는 했지만, 이는 도타 올스타즈의 성공으로 묻히고 말았다.)

워크래프트3와 확장팩의 판매량이 다시 상승할 만큼 뜨거운 인기를 누리던 이 게임에 주목한 회사는 바로 하프라이프, 포트리스 등 걸출한 게임을 지닌 벨브와 당시 신생 벤처 회사였던 라이엇게임즈였다.

이 두 게임사는 MOBA 장르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이내 라이엇게임즈의 공동 창업자인 '마크 메릴'과 '브랜든 백'은 게임의 개발자 중 한명인 '구인수'을 영입하며 본격적으로 MOBA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니 이 게임이 바로 전세계 e스포츠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이다.

도타2(자료출처- 게임동아)
도타2(자료출처- 게임동아)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또 다른 개발자 '아이스프로그'는 '벨브'에 영입되어 오랜 개발 기간 끝에 '도타2'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전세계 e스포츠리그를 점령하고 있는 MOBA 게임의 양대 산맥은 이렇게 하나의 게임을 통해 만난 두 명의 개발자로부터 시작된 아니러니 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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