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돌아온 아틀리에, 하지만 완성도가 아쉽다. '소피의 아틀리에'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5월 2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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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이테크모 산하에 들어간 거스트가 개발한 롤플레잉게임 '아틀리에 시리즈'는 게이머가 주인공 연금술사를 조작하면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1997년 시리즈 첫 작품 '마리의 아틀리에'부터 20년 가까이 이 기본 틀은 바뀌지 않았으며,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 및 플레이스테이션 비타(이하 PS VITA)용으로 출시된 17번째 정식 넘버링 타이틀 '소피의 아틀리에' 역시 마찬가지다.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아틀리에 시리즈'에서 연금술은 마음먹기에 따라 원하는 아이템을 조합할 수 있는 만능의 힘으로 묘사된다. 게이머 역시 게임 시스템을 응용할 줄 안다면 이 설정대로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이번 '소피의 아틀리에'의 경우, 아이템의 재료를 모으는 과정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시스템 완성도가 뛰어나 시리즈 입문자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게임 중 하나다. 또한, 걸그룹 '레인보우'의 멤버 '지숙'이 부른 오프닝 곡과 자막 한글이 적용된 점도 국내 게이머에겐 반가운 부분일 것이다.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아틀리에 시리즈'는 지난 2009년 이후 매년 국내에 출시됐으나 일본어 지식 없이 아이템을 만드는 과정을 이해하기 힘들어 섣불리 추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현지화를 거쳐 국내에 출시된 '소피의 아틀리에'의 경우, 아이템 조합 과정이 퍼즐을 맞추는 방식과 유사하게 바뀌어 직관적으로 알아보기 편해졌다. 아이템 조합에 필요한 레시피도 게임 내 특정 행동을 경험하거나 조건을 달성하면 획득할 수 있어 직접 구입하거나 특정 장소의 보물 상자를 열어야 했던 전작에 비해 입수 난이도가 낮아졌다.

게임 중반 이후부터 특정 수치를 맞추기 위해 복잡한 계산을 거치거나 재료 투입의 순서에 따라 예상했던 결과와 다른 아이템이 완성돼 저장 데이터를 다시 불러와야 하는 시행착오가 '소피의 아틀리에'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초반부의 아이템 조합 난이도가 낮아지고 더 재미있어져서 입문자에게 추천하기엔 큰 문제가 없다.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아울러 게이머에게 치밀한 일정 관리 능력을 요구했던 시간제한 요소도 대폭 완화됐다. 게임 내 주기는 5일 단위로 평일과 휴일이 나뉘며, 30일마다 날짜가 초기화되는 시간 경과는 존재하나 제한 시간을 못 지켜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대부분 사라졌다.

또한, 거스트는 시간제한 요소를 전면 철폐했다가 게임 플레이가 지루해진 전작 '샤리의 아틀리에'의 과오를 개선해 낮과 밤, 날씨의 변화, 특정 요일에만 발생하는 이벤트 등을 선보였다. 시간에 신경을 써야 하되 쫓길 필요는 없으니 입문자는 여유를 가지면서 기본적인 플레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하나의 거점을 중심으로 마을 내 여러 캐릭터와 교류를 나누거나 의뢰를 해결하면서 재산을 축적하고, 새로운 지역으로 탐험을 떠나 캐릭터 육성 및 아이템 강화를 진행하는 플레이 흐름이 짜임새 있게 반복되기 때문에 쉽게 질리지 않는다.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마을 내 이벤트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캐릭터에게 말을 걸어야 하거나 특정 이벤트의 발생 조건을 직접 확인할 길이 없는 부분처럼 불편한 점도 몇몇 드러나긴 한다. 그래도 게임 내 안내가 자세히 나와 일부 캐릭터의 연계 이벤트를 제외하곤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남은 것은 극적인 요소나 갈등 없이 무난하게 진행되는 스토리 내용에 대한 호불호 차이 정도다.

이 밖에 아이템 양산, 모험 중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아이템 콘셉트, 복장 변경 시스템 등 '아틀리에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쌓인 노하우들이 게임 내 밸런스에 맞춰 재구성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리즈 최초로 두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게임 삽화를 맡아 화풍에 차이가 나거나 플라이트 유닛에게 외주를 맡겼던 캐릭터 3D 모델링을 코에이테크모가 직접 제작한 점도 첫 시도치고는 큰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다.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여기까지만 살펴보면 국내 게이머에게 '소피의 아틀리에'는 수작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문제는 전작과의 구체적인 비교, 게임 자체의 퀄리티를 따질 때 발생한다.

가장 큰 단점은 퇴화한 전투 시스템이다. 전작들은 턴제 전투 시스템을 기반으로 캐릭터마다 공격 및 방어를 지정해 게임 내 각종 부가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한, 전투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서포트 명령을 내리거나 특수기능을 발동시키는 재미도 존재했다.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이 전투 시스템이 '소피의 아틀리에'에선 한 턴에 모든 아군의 전투 행동을 미리 지시하고, 턴을 마치면 능력치에 따라 정해진 순서대로 적과 아군이 행동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거스트는 전황을 미리 예측하고 대처하는 전략 요소를 강조하려 한 것 같으나 현실은 가장 효율적인 전투 지시를 내리고 지켜보는 것이 전부인 지루한 전투만 반복된다. 물론 대부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압도적인 캐릭터 능력치와 장비를 동원하는 것이다.

일부 공략하기 어려운 보스와의 전투 중에서도 사전에 적의 능력치에 맞춰서 장비와 아이템을 강화하거나 일종의 기절 상태인 '브레이크' 등 상태 이상을 노리는 방법 등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정도지 특별한 재미나 긴장을 느끼기 힘들다. 이와 함께 캐릭터의 필살기에 해당하는 스페셜 어택의 발동 조건은 더 어려워져서 전투의 볼거리마저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연금술사의 전유물이었던 아이템을 동료 캐릭터도 사용하도록 변경된 부분은 아무래도 좋은 수준에 그쳤다.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캐릭터들의 그래픽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퀄리티가 떨어지는 배경 그래픽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또한, PS VITA용으로 발매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소피의 아틀리에' 역시 PS VITA에서 더욱 퀄리티가 낮은 배경 그래픽과 캐릭터 모델링을 확인할 수 있다. 기기 성능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PS4 버전에 비해 움직임이 뚝뚝 끊어지는 PS VITA 버전의 한계는 쉽게 넘어가기 어렵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앞서 발전시킨 요소조차 제대로 계승하지 못하는 거스트의 행보다. 퇴화한 전투 시스템은 물론이거니와 넓게 보면 이벤트 발생 조건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 등 게임 내 불편 요소 상당수가 전작에서 이미 개선됐다가 다시 원상복구된 부분에 해당한다.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소피의 아틀리에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이미 거스트는 '샤리의 아틀리에' 등 일부 작품에서 전작보다 퇴화한 게임 완성도로 게이머들에게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모습이 '소피의 아틀리에'에서도 반복되니 완성도가 올라간 조합 체계, 캐릭터 육성 폭을 넓힌 장비 강화 요소, 복장 변화와 캐릭터 강화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돌 메이킹' 등 '소피의 아틀리에'의 여러 장점과 새로운 요소들이 후속작에도 이어질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소피의 아틀리에'는 거스트의 과오로 인해 상당한 완성도를 갖추고서도 저평가 받기 쉬운 작품이 되고 말았다. 현지화에 힘입어 '아틀리에 시리즈'를 처음 시작할 대다수의 국내 게이머에겐 큰 의미가 없겠으나 향후 '아틀리에 시리즈'가 이어지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이러한 우려는 '소피의 아틀리에'의 장점은 계승하고, 단점은 줄인 후속작이 등장하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원회 기자 justin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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