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치료 시 ‘시각자극’ 효과,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4일 0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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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연구진, 트라우마 치료하는 뇌 회로 발견
동물실험으로 입증해 네이처誌에 논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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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할 때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는 시각 자극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 연구팀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일명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심리치료 요법의 효과를 세계 최초로 동물실험으로 입증하고, 관련된 새로운 뇌 회로를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그동안 정신과에서는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MDR)’을 통해 환자가 공포기억을 회상하는 동안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게 만드는 시각적 운동을 동반해 정신적 외상을 치료해 왔다. 하지만 양측성 자극이 어떻게 공포반응을 조절하는지에 대한 원리가 밝혀지지 않아 치료법을 도외시하는 의사들이 많은 실정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고통스러웠던 상황의 기억으로 인해 공포반응을 보이는 생쥐에게 좌우로 반복해서 움직이는 빛 자극을 줬을 때 행동이 얼어붙는 공포 반응이 빠르게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시간이 지난 후나 다른 장소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경우에도 공포 반응이 재발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행동·관찰 실험에서 뇌 영역 중 공포기억과 반응에 관여하는 새로운 뇌 신경회로도 찾았다. 신경생리학 기법 등을 통한 공포반응 감소 효과는 시각적 자극을 받아들인 상구(안구운동과 주위집중 담당)에서 시작해 중앙 내측 시상핵(공포기억 억제 관여)을 거쳐 편도체(공포 반응 작용)에 도달하는 신경회로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상구에서 중앙 내측 시상핵, 편도체로 이어지는 신경회로를 광유전학 기법으로 강화하자 공포반응 감소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고, 반대로 억제하자 공포 반응 감소 효과가 사라졌다.

정신과에서 활용되는 심리 치료법의 효과를 동물실험으로 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경험적으로 확인된 심리치료 기법 효과를 동물실험으로 입증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법의 과학적 원리를 밝혔다는데 의미가 있다.

신희섭 IBS 연구단장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단 한 번의 트라우마로 발생하지만 약물과 심리치료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공포기억 억제 회로를 조절하는 약물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에 집중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쉽게 치료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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