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도 ‘눈 따끔, 목 컥컥’…최악 미세먼지 온종일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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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4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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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하루 종일 ‘매우 나쁨’…마스크 써도 무용지물
사상 첫 사흘연속 비상저감조치…내일 낮부터 완화

14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효됐다. 이날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도심은 뿌연 미세먼지에 가려 남산이 안보인다. © News1
14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효됐다. 이날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도심은 뿌연 미세먼지에 가려 남산이 안보인다. © News1
“하루종일 숨 쉬기가 불편하네요. 마스크를 써도 소용없는 것 같아요”

수도권에 이틀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14일 오후 퇴근길, 서울 여의도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모씨(27·여)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마스크를 써도 목이 답답한 느낌이 들고, 눈은 가릴 수 없으니 따갑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이날 전국 하늘은 종일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특히 초미세먼지의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의보’ 기준에 해당하는 ‘매우 나쁨’ 등급이 하루 종일 유지될 정도로 농도가 높았다.

이날 8시 기준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104㎍/㎥로 최근 일주일 사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효됐던 지난 13일은 83㎍/㎥을 기록했었다. 충청북도 103 ㎍/㎥, 경기도 102㎍/㎥, 세종시 96㎍/㎥ 등을 나타냈다.

15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김명섭씨(67)는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예보한 날에는 출근길에 택시를 잡기 위해 나서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많은 편”이라며 “오전 손님이 많아 사실 기분은 좋지만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운전하기도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주기적으로 문을 열었다 닫아야 하는 시내버스 기사들도 미세먼지에 민감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다보니 마스크를 착용한 채 운행을 하는 버스 기사도 적지 않았다.

한 버스기사는 “문을 여닫고, 승객들이 탑승하면 자연스레 우리들(운전기사)이 가장 먼저 미세먼지에 접촉하게 된다”며 “건강을 위해 갑갑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버스 안에 탄 승객들은 보통 실내에 타면 마스크를 벗지만, 그대로 착용한 채 앉아 있는 승객들도 절반 정도 보였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14일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앞 행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News1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14일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앞 행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News1
‘미세먼지 공습’은 퇴근길에도 이어졌다. 거리의 시민들 대다수는 마스크를 쓰고 움직였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 시민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직장인 고모씨(42)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가 곧장 목감기에 걸린 적이 있어 이후로는 반드시 챙긴다”면서 “6살짜리 딸이 있는데 아이들 걱정이 많이 된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14일 오후 5시 현재, 전국 17개 시·도 중 부산(29㎍/㎥), 울산(22㎍/㎥), 경남(24㎍/㎥) 등 3곳을 제외한 14곳에서 시간당 평균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나쁨’(36㎍/㎥ 이상)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서울(151㎍/㎥) 인천(126㎍/㎥) 대전(111㎍/㎥) 경기(149㎍/㎥) 강원(94㎍/㎥) 충북(131㎍/㎥) 충남(124㎍/㎥) 전북(102㎍/㎥) 세종(125㎍/㎥) 등은 ‘매우 나쁨’(75㎍/㎥ 이상) 등급을 나타낼 정도로 대기질이 좋지 않다. 서울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보’ 기준인 150㎍/㎥을 넘어선 상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부터 이미 전국 대다수 지역에는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졌고, 경기, 인천 등 일부 수도권은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서울 역시 12일 정오를 기해 발령된 초미세먼지주의보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저녁 상황에 따라 경보로 격상될 가능성도 있다.

PM 10의 미세먼지 역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좋지 않다. 오후 5시 현재 서울(199㎍/㎥) 인천(175㎍/㎥) 대전(184㎍/㎥) 경기(196㎍/㎥) 충북(162㎍/㎥) 충남(160㎍/㎥) 세종(194㎍/㎥) 등의 권역에서 ‘매우 나쁨’(151㎍/㎥ 이상) 등급을 나타내고 있고, 이밖에 광주(81㎍/㎥) 강원(135㎍/㎥) 전북(134㎍/㎥) 경북(102㎍/㎥) 등도 ‘나쁨’(81~149㎍/㎥) 수준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기 정체로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된 후, 낮동안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돼 전 권역에서 농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는 15일 아침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이날까지 사흘 연속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환경부는 “내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며 “서울은 노후 경유차 진입이 제한되고, 외출이 필요할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건강에 유의해야한다”고 밝혔다

미세먼지는 15일 낮부터 차차 완화될 전망이다. 이날 북서쪽에서 유입되는 찬 공기의 영향으로 대기확산이 원활해지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남진, 중부지역부터 점차 농도가 낮아지겠다. 수요일인 16일에는 전 권역이 ‘좋음’~‘보통’으로 대기질이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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