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mm 오디오 단자의 퇴출이 코 앞? 누구 좋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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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8월 26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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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단자로 충전, 연결, 출력 등 모든 것을 감당하려는 '올인원(All in One)'이 단자 업계의 발전 방향이다. 이 방향에 맞춰 중구난방이었던 단자 규격은 점점 더 작고 편리한 단자로 통일되어 왔다. 규격 전쟁에서 패배한 단자는 예외없이 모두 퇴출됐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규격 하나가 퇴출될지 기로에 서 있다. 바로 3.5mm 오디오 단자(audio jack)다.

인텔, 애플 등 주요 IT 회사들이 3.5mm 오디오 단자의 단점을 내세우며 퇴출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그 전말을 들여다 보면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정말 3.5mm 오디오 단자가 단점 투성이라 퇴출당해 마땅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업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자들에게 교체를 강요하고 있는 것인지 잘 구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5mm 오디오 단자 (사진=IT동아)
3.5mm 오디오 단자 (사진=IT동아)

3.5mm 오디오 단자?

3.5mm 오디오 단자는 스마트폰이나 각종 A/V 기기에서 소리를 입력하거나 출력하기 위해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단자 규격이다. 3.5파이 단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장 전 국민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도 3.5mm 오디오 단자가 예외없이 달려있다. 이 단자를 통해 음악을 듣거나 음성을 입력할 수 있다.

약 50년 전 개발된 3.5mm 오디오 단자는 소니 워크맨에 채택되면서 급격히 확산되었고, 결국 모든 오디오 기기에 탑재되는 표준으로 확정되기에 이른다. 3.5mm 오디오 단자 규격은 현재 ITU-T(국제통신연합 표준화기구)에서 관리하고 있다.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모노 음성만 출력할 수 있었지만, 추후 스테레오 음성을 출력하거나 소리를 입력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3.5mm 단자에 선이 하나만 있으면 모노 음성만 출력할 수 있다. 선이 두 개있으면 스테레오(좌+우) 음성을 출력할 수 있다. 선이 세 개있으면 스테레오 음성을 출력하고 마이크를 통해 음성입력을 받을 수 있다.

누가 퇴출에 앞장서고 있나요?

3.5mm 오디오 단자 퇴출을 위해 '총대를 멘' 회사는 인텔이다. 인텔은 IDF 2016(인텔 개발자 회의)에서 아날로그 규격인 3.5mm 오디오 단자는 그 한계를 드러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IT기기는 음성 입출력을 디지털 규격인 USB-C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3.5mm 오디오 단자를 USB-C로 대체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텔뿐만 아니라 애플도 3.5mm 오디오 단자 퇴출에 앞장서고 있다. 맥루머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차기 아이폰에서 3.5mm 오디오 단자를 제거하고, 대신 라이트닝 단자를 통해 음성 입출력을 해결할 계획이다. 3.5mm 오디오 단자에 연결하는 기존 번들 이어폰(이어팟) 대신 라이트닝 단자에 연결하는 번들 이어폰을 동봉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PC 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텔, 맥과 아이폰의 주인인 애플. 두 회사가 3.5mm 오디오 단자 퇴출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반면 안드로이드 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글은 아직 조용하다. 다만 3.5mm 오디오 단자를 대체할 수 있는 USB-C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새로운 연결 표준으로 확정하는 등 언제라도 3.5mm 오디오 단자를 퇴출시킬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왜 퇴출 시키려는거죠?

그렇다면 대체 왜 업체들은 잘 쓰고 있는 3.5mm 오디오 단자를 퇴출시키려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아날로그 방식인 3.5mm 오디오 단자가 디지털 방식인 다른 칩셋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3.5mm 오디오 단자의 지름이 너무 커 스마트폰 슬림화를 방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아날로그 신호만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 등에 달린 센서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3.5mm 오디오 단자의 가장 큰 특징은 0과 1로 구성된 데이터로 신호를 주고받는 디지털 단자가 아니라 소리를 직접 주고받는 아날로그 단자라는 점이다. 과거 브라운관 TV나 비디오테이프 재생기에 달려있던 RCA 단자(레드, 화이트)와 그 특징이 같다. RCA 단자 역시 소리를 직접 주고받는 아날로그 단자인만큼 3.5mm 오디오 단자와 완벽하게 호환된다. 단자의 두께가 두꺼우면 RCA, 얇으면 3.5mm 오디오 단자로 이해하면 된다.

3.5mm 오디오 단자로 음성을 출력하려면 스마트폰, PC 등에 담겨있는 데이터를 소리로 바꿔주는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라는 기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디지털 신호를 소리로 바꿔주는 기기다. 스마트폰, PC 등 대부분의 IT 기기에는 예외없이 DAC 칩셋이 탑재되어 있다. DAC는 헤드폰과 함께 음질을 좌우하는 요소다. 싸구려 DAC를 이용하면 음 표현력이 빈약해지고 노이즈가 섞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고급 DAC는 보다 풍부한 음을 표현할 수 있다. 음악 감상을 강조하는 스마트폰이나 MP3 플레이어에 고급 DAC를 탑재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인텔에 따르면 이 DAC 칩셋을 통해 디지털 신호를 소리 신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PC와 스마트폰 속에 탑재된 칩셋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칩셋에 수명이 줄어들 수 있고, 반대로 소리에 노이즈가 낄 수도 있다. 때문에 DAC는 되도록 칩셋과 멀리있을 수록 좋다. 기기보다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 등 외부에 있는 것이 더 이상적이다. USB-C로 기기에서 디지털 신호를 출력한 후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 속에 있는 DAC로 디지털 신호를 소리 신호로 변환하라는 것이다.

3.5mm 오디오 단자는 상당히 얇은 단자이지만, USB-C나 라이트닝 단자보다는 두꺼운 것이 사실이다. 3.5mm 오디오 단자를 제거하면 그만큼 스마트폰의 두께를 줄일 수 있다.

USB-C나 라이트닝은 완벽한 디지털 단자다. 때문에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에 달린 센서와 스마트폰, PC 등 IT 기기가 바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준다. 덕분에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귀에서 떼면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음악 재생을 중단하도록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다시 귀에 헤드폰과 이어폰을 연결하면 음악이 다시 흘러나온다. 스피커도 마찬가지다. 센서를 활용해 사용자가 스피커 주변에서 벗어나면 음악 재생을 멈추고, 다시 근처에 오면 음악을 재생하도록 설정할 수 있게 된다. 3.5mm 오디오 단자는 소리 신호만 주고받는 아날로그 단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센서를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음성 입력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3.5mm 오디오 단자의 스테레오 음성 출력은 ITU-T에서 표준을 내놨기 때문에 어떤 기기와 헤드셋을 연결하더라도 정상 출력된다. 하지만 3.5mm 오디오 단자의 음성 입력은 통일된 규격이 없기 때문에 제조사별로 제각각이다. 애플, 삼성전자(+노키아), 소니 등이 자신만의 음성 입력 방식을 이용한다. 때문에 3.5mm 오디오 단자로 음성을 입력하고 싶으면 제조사별 규격에 맞는 헤드셋이 필요하다. 반면 USB-C는 모든 신호 규격이 완벽히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누구 좋으라고 3.5mm 오디오 단자를 퇴출하나요?

인텔, 애플 등 주요 IT 기업이 3.5mm 오디오 단자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3.5mm 오디오 단자의 퇴출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내년부터 3.5mm 오디오 단자를 탑재한 기기의 비율이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인텔, 애플 등이 3.5mm 오디오 단자의 단점이라고 지적한 부분을 생각만큼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인텔은 DAC가 IT 기기의 칩셋과 소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과거 싸구려 DAC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문제에 불과하다. 현재 시중의 DAC 대부분은 차폐를 완벽하게 제공해 칩셋과 소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고 있다.

3.5mm 오디오 단자를 제거하면 그만큼 스마트폰 두께를 줄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두께 경쟁은 2년 전에나 볼 수 있었던 한 물간 유행이다. 스마트폰의 두께를 너무 얇게하면 그만큼 잡는 감각(그립감)이 나빠지고, 배터리 탑재 공간이 부족해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현재 스마트폰 업계의 대세는 얇게는 만들되 그립감을 유지하고 배터리 탑재 공간을 넉넉히 확보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을 보라. 전작보다 두꺼워졌지만, 아무도 이를 뭐라하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얇은데다가 배터리 사용시간은 더 길어졌기 때문이다.

음성 입력 표준화 문제는 업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음성 입력 방식을 통일하기로 협의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반면 3.5mm 오디오 단자가 시장에서 퇴출됨에 따라 사용자가 겪어야할 불편함은 너무 크다. 일단 잘 사용하고 있던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 마이크 등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멀쩡한 제품을 놔두고 USB-C나 라이트닝 단자에 맞게 재설계된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 마이크 등을 새로 구매해야 한다. 변환 젠더를 구매하면 임시변통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젠더 가격을 추가로 지출해야 할 뿐만 아니라 거추장스러운 젠더까지 치렁치렁 들고다녀야 한다.

DAC가 외장으로 변경됨에 따라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 마이크, 변환 젠더 등의 가격도 한층 비싸질 전망이다. DAC가 외장으로 빠진만큼 스마트폰이나 PC의 가격이 내려가면 좋겠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이 바닥의 상식 아닌가.

무엇보다 과거의 표준을 대체한다고 내놓은 단자인 주제에 사실 전혀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점이 문제다. 인텔은 USB-C를, 애플은 라이트닝을 3.5mm 오디오 단자를 대체할 표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둘은 전혀 다른 규격이며 서로 호환되지도 않는다. 사용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자신이 보유한 기기에 맞춰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 등을 구매해야 한다. 기기에 맞춰 액세서리를 구매해야 하니 구매한 액세서리가 많으면 많을 수록 기기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반 세기 동안 표준으로 이용되며 어디에 꽂더라도 일단 꽂기만 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3.5mm 오디오 단자를 몰아내고 얻을 수 있는 현실이 고작 이런 것이다.

이쯤 되니 이런 의구심이 든다. 업체들이 기술 혁신보다는 자사의 이익을 위해 사용자들에게 불편함과 지출을 강요하고 있는 것 아닌지. 3.5mm 오디오 단자가 퇴출되고 USB-C나 라이트닝이 새로운 음성 입출력 방식으로 확정되면 관련 업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매우 크다. 일단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 등의 교체 수요가 생겨남에 따라 주변기기 업체들에게 호황이 찾아올 것이다. 인텔은 USB-C를 이용하는 업체들에게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스마트폰용 DAC를 만드는 경쟁사 퀄컴 등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애플 역시 자사의 고급 헤드셋 '비츠'의 수요를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술 혁신, 정말 좋은 말이다. 하지만 혁신은 어디까지나 사용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기업을 위한 혁신은 혁신이 아니라 개악일 뿐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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