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제재 하루 만에 철회…北 반응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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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23일 04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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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후 친교 만찬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후 친교 만찬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노동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재무부가 전날 발표한 북한 관련 제재를 하루 만에 철회할 것을 지시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의 대화와 제재 병행 전략에 따른 움직임으로 보이나 북한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이날 재무부가 이미 존재하는 대북 제재 조치에 대규모의 제재를 더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나는 그 추가 제재 조치를 취소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런 제재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제재 철회 조치로 인해 국방부에서 백악관에 이르는 워싱턴 정가는 다소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로이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제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당장은 분명하지가 않다고 논평했다.

미국의 정치매체인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제재 철회 지시에 백악관 참모들도 많이 놀랐으며 재무부 관리들 중 일부도 허를 찔렸다고 느끼고 있다고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지난 14일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대화 중단과 핵미사일 시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후 미국 내에서는 대화 창구가 열려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미 재무부는 전날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를 회피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밝힌 중국 해운회사 2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처음이다.

제재 발표 직후 북한은 개성공단 내 남한과의 연락사무소를 전격 철수했다. 이는 한국 정부에 큰 걸림돌이었다.

북한은 지난해 초 김 위원장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마친 뒤 9월 개성에 설치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상부 지시로 철수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한국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이 같은 발표에 한국 내에서는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국면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부과라는 ‘채찍’을 든 지 하루 만에 제재 철회라는 ‘당근’을 내밀었다. 북한 달래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북한이 이 같은 미국의 제스처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북한의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철수가 미국의 제재 발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제재가 철회된 후 이에 대응하는 긴장 완화적 조치가 나올 것인지가 관건이다.

극적 반전을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미국의 제재와 대화 병행 전략을 잘 아는 북한이 미국이 던지는 ‘빤한’ 당근을 덥썩 받는 것도 그리 좋은 모양새가 아니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거듭된 부분적 제재 완화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양측의 이 같은 입장 차가 분명한 이 시점에서 북한이 북미대화를 계속할 실익과 필요성에 의구심을 나타낼 수 있다.

앞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신뢰 구축 접근법 자체에 이미 큰 차이가 있다며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는 이상 대북 제재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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