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사이 일대일로-화웨이 줄타기… ‘이슈별 냉전’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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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우방국들, 국익우선 합종연횡
伊, 美 반대에도 일대일로 참여… 中의 항구 투자 美-EU선 우려
獨, 일대일로 반대… 화웨이는 수용
英도 화웨이 배제 美요구 거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에 논쟁이 있다는 것을 안다. 오해와 의심은 피할 수 없다.”

20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이탈리아 등 순방(21∼26일) 브리핑 현장. 왕차오(王超)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에 우려하는 유럽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다. 왕 부부장은 “하지만 152개 국가 및 국제기구가 일대일로 협력 문건에 서명했다”며 “반드시 상호 이익과 공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이미 대답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고 브리핑은 30여 분 만에 끝났다.

시 주석의 이탈리아 국빈 방문 기간에 양국은 일대일로 협력 문건에 서명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에 대해 중국의 유럽 침투를 허용하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중국이 제노바 등 이탈리아 주요 항구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과 EU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이날 브리핑 분위기는 이탈리아가 미국 중심의 서방을 대표하는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처음으로 일대일로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논란이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탈리아의 선택은 유럽을 갈라지게 하고 일대일로를 비판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우방도 국익을 위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21세기형 이슈별 냉전’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선택하며 주요 항구를 내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국영기업이 이탈리아의 주요 항구를 관리하거나 지분을 보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유럽으로 진입하는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미국은 잔뜩 경계했다. 개릿 마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중국의 약탈적 투자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건 이탈리아 국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미국 당국자들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이탈리아 정치인들을 만나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는 서구 진영에 확실히 남아 있을 것이지만 중국과의 협정을 피할 이유가 없다”며 일대일로 참여 강행을 밝혔다.

독일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에 반대한다. 하지만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華爲)의 5세대(5G) 통신 장비 도입을 배제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9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단순히 한 기업이 속한 국가 때문에 해당 기업을 배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화웨이 5G 장비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화웨이 기기를 쓰는 국가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메르켈 총리는 중국을 ‘체제 경쟁자’라고 부르며 “경제적으로 강해진 이들(중국)과 싸우는 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독일과 영국의 대표적인 통신기업 모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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