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냐 경제냐… ‘美-中 사이’ 호주의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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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安美經中’ 정책 흔들
中, 리커창 방문 등 경협 손짓… 美도 4월 부통령 파견 맞대응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 호주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시대를 맞아 미중 주요 2개국(G2) 사이에서 어떻게 외교 좌표를 설정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전통 안보 동맹국인 미국과의 안보 관계를 지속하면서도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투자 유치와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22일부터 5일간의 호주 방문을 시작한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만나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조기 합의를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 총리의 호주 방문은 11년 만이다. 중국도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RCEP 등을 앞세워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오바마 행정부는 호주를 오세아니아 안보 동맹의 핵심 축으로 삼았으나 상황이 바뀌었다”며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로 호주 외교의 축은 중국 쪽으로 더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2014년 미 해군이 호주 북부 다윈에 22년 만에 기지를 복원하며 호주를 안보동맹의 핵심 축 중 하나로 삼았던 버락 오바마 시대와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다음 달 호주를 방문해 우호 관계 복원에 나설 예정이지만 호주 내부에서는 ‘미국과의 안보 관계 때문에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하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턴불 총리와 1월 28일 전화 통화를 하다 난민 지위 문제로 언성을 높이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기까지 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호주#안보#경제#미중#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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