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마다 들쭉날쭉… 다자대결땐 트럼프 유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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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트럼프 초박빙 접전

 “혹시나 트럼프 후보가 이길까 봐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어요. 오히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더 다루기 쉬운 문제인 것 같아요.”

 미국 뉴욕에 파견된 유럽의 한 고위 관료는 최근 대선 레이스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70)의 추격세가 거세지자 외교가의 심각한 분위기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렇게 전했다. FT는 미국 대선 판세가 2%포인트 안팎 접전으로 바뀌게 되자 그동안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69)가 이길 줄 알고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맹비난했던 유럽과 아시아권의 외교가뿐 아니라 외국 자본들도 곳곳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보도했다.

 최근 몇 주 사이에 미 워싱턴에 있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대사관에선 트럼프의 외교 정책 우선순위를 정확히 파악하라는 본부의 지시가 잇따라 떨어졌다.

 트럼프는 여러 차례 기존 미국 정치 리더들과 전혀 다른 인식을 나타내 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한국, 일본과의 관계에서 동맹이라고 무조건 방어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적대 관계였던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외교가에선 그의 생각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FT는 공화당 주류의 정책과 트럼프와의 정책 균열은 외국 정부들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최근 뉴욕에서 트럼프를 만난 뒤 “강한 리더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무슬림에 대해 공개적으로 적대적인 트럼프의 언행에 대해선 “선거 기간 동안 내뱉은 말일 뿐”이라며 “정부가 수립된 후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지구촌이 초긴장하는 모습이다.

 26일 미국 대선의 하이라이트인 1차 TV 토론을 앞둔 클린턴과 트럼프는 여론조사에서 그야말로 초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클린턴이 근소하게 오차범위에서 앞서는 경우가 많지만 트럼프의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황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누구도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지 않는 안갯속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19∼22일 실시해 25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 사이에서 클린턴은 46%, 트럼프는 44%의 지지율을 보였다. 오차범위(±4.5%포인트) 내 격차로 이달 초 클린턴이 트럼프를 5%포인트 차로 앞서던, 같은 기관의 조사보다 격차가 3%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투표 의향과 무관하게 등록 유권자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41%로 지지율이 똑같았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남캘리포니아대와 공동으로 실시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선 트럼프가 45%, 클린턴이 43%로 오차범위(±4.5%포인트) 안이지만 트럼프가 앞섰다.

 제3후보인 자유당 게리 존슨(63)까지 넣은 다자대결일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무센이 22일 공개한 다자구도 지지율 조사에선 트럼프가 44%, 클린턴이 39%, 존슨이 8%였다. 라스무센은 “존슨을 지지하는 상당수는 30대 전후 젊은층이다. 민주당 경선 주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자 중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클린턴 지지를 머뭇거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지지를 거부해 파란을 일으켰던 경선 주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23일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크루즈 의원은 성명에서 “비록 나와 트럼프 사이에 상당한 견해 차이는 여전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은 대통령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화당 본산 중 한 곳인 텍사스는 선거인단 38명이 걸린 대형 주이지만 최근 일부 조사에서 경합주로 분류돼 트럼프의 애간장을 태웠던 곳이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힐러리#트럼프#미국#대선#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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