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美 대선정국… ‘물 만난’ 코미디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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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겨냥 신랄한 정치풍자
공화-민주 전대 찾아 생방송도

일부는 뉴스앵커 수준 영향력
유력 정치인들 ‘제발로’ 찾아와

미국 CBS 인기 프로그램 ‘레이트 쇼’ 진행자인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는 공화당 전당대회 시작 직전인 17일 대회장인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를 찾았다. 미 대선 경선을 ‘피 튀기는 스포츠’에 비유한 콜베어는 이내 대회장을 구석구석 누비며 날선 조크를 쏟아냈다.

대회장 레드카펫을 가리키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가 두 환관 폴 라이언과 라인스 프리버스와 함께 무대에 섰을 때 흘러내릴 피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뉴저지 주 대의원 구역에 가서는 “이들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자신의 정치 인생 마지막을 가장 잘 볼 수 있도록 맨 앞자리를 마련해줬다”고 조롱했다. 공화당 경선 초기 대통령을 노렸던 크리스티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로도 지명되지 못하자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콜베어는 아예 무대 위로 올라가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되지만 솔직히 트럼프도 마찬가지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미국 대선은 코미디언 잔치다. 정치 풍자가 일상인 미국에서 주요 정치인이 헤드라인거리가 될 만한 발언을 쏟아내는 대선 기간은 노다지나 다름없다. 전당대회는 대선 기간 중 가장 중요한 행사인 만큼 관심이 온통 집중된다. 이번 양당 전당대회를 맞아 CBS 콜베어와 NBC 세스 마이어스 등 공중파와 케이블 출신 스타 4명은 저마다 특집 생방송을 진행했다.

노다지에서의 경쟁은 치열하다. 칼럼니스트 프랭크 브루니는 25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전당대회에서 연사보다 더 긴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을 웃음거리로 만들어야 하는 코미디언들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선 ‘코미디 전쟁’의 수혜자는 시청자다. 참신한 패러디와 위트 있는 정치 비평이 넘쳐난다. 도널드 트럼프의 깜짝 등장과 멜라니아 트럼프의 연설이 있었던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이 지나자 ‘심야 토크쇼의 제왕’ NBC 지미 팰런은 이를 곧바로 패러디했다. 트럼프로 분장한 채 성대모사를 하며 “(멜라니아는) 진정한 영부인처럼 연설했다. 영부인 미셸 오바마 말이다”라는 말로 멜라니아의 연설 표절을 꼬집었다.

공화당만큼은 아니지만 민주당도 웃음거리가 된다. NBC의 마이어스는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25일 생방송에서 “(힐러리에게) 너무 안전한 선택인 팀 케인 부통령 후보는 (너무 말을 아끼고 지루해서) 마치 구명조끼를 입은 것 같다. (역시 지루해 보이는) 공화당 마이크 펜스를 마치 연예인처럼 보이게 한다”고 혹평했다. 코미디언 세라 실버먼은 25일 대회 첫날 연사로 나서 “샌더스 아니면 꽝”을 외치며 대회장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샌더스 지지자를 향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Ridiculous)”는 강력한 펀치를 날려 화제가 됐다.

유력 정치인들은 조롱에 가까운 비평을 던지는 코미디언을 고깝게 느낄 때도 있지만 뉴스 앵커 수준의 영향력을 누리는 일부 코미디언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작년 8월까지 16년 동안 코미디센트럴에서 ‘데일리 쇼’를 진행한 존 스튜어트가 대표적이다. 코미디언이지만 “시청자와 출연자 모두 진짜 뉴스 진행자로 여겼다”는 스튜어트는 젊은층의 절대적 신뢰를 바탕으로 진보 성향임에도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같은 유력 보수 정치인을 대거 자신의 방송에 출연시키는 데 성공했다.

전당대회 기간 생방송을 진행해 “(대회에 대한) 해독제를 제공했다”는 미 시사교양지 뉴요커의 호평을 받은 콜베어도 마찬가지다. 역시 진보 성향이지만 인기가 높아 도널드 트럼프, 테드 크루즈, 젭 부시 등 주요 공화당 후보들이 경선 기간 중 모두 그의 토크쇼를 찾았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미국 대선#코미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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