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민개혁 행정명령’ 강수… 공화 “셧다운” 으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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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성명 발표… 美정국 요동
불법체류자 400만명 구제가 핵심… “의회서 곪도록 방치” 공화에 화살
공화당, 히스패닉-아시아계 의식… 효력정지 신청 등 대응책 고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끝내 이민개혁을 위한 행정명령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의회의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대통령 권한으로 시급한 불법 이민자 구제 조치 등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강력 반발해 연말 정국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20일 오후 8시 이민개혁 구상과 행정명령 내용을 설명하는 특별연설을 한다고 19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민주당 하원의원 18명을 백악관 만찬에 초청해 구상을 설명했으며 연설 다음 날인 21일부터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델솔 고교를 시작으로 국민 호소전을 전개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백악관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누구나 우리의 이민 제도가 망가졌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정치권)은 그 문제가 너무 오래 곪도록 방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대통령 권한으로 제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하려고 한다. 동시에 의회가 초당적이고 포괄적인 법안을 만들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추방 유예 및 취업 허가를 받는 불법이민자가 40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민권자 등 합법체류 권한을 가진 어린이의 부모 약 371만 명(5년 이상 거주자)과 어린이 불법 체류자 약 60만 명 등이다. 고숙련 기술 노동자에게 비자 발급을 확대하고 연방정부의 불법 이민자 구금 절차를 개선하는 한편 국경 수비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번 조치로 혜택을 보는 불법 이민자들은 대부분 멕시코 국경 등으로 넘어온 히스패닉들이지만 한국 등 아시아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도 일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국인 불법 체류자는 23만여 명에 이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기 행정부 출범 후 이민개혁을 총기 규제 등과 함께 최대 역점사업으로 제시했다. 현재 1170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 체류자들이 현실적으로 미 경제의 중요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이들과 연계된 합법 이민자들이 자신과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기 때문이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 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정치적 색깔이 분명한 이민개혁 문제로 다시 강수를 들고나왔다고 볼 수 있다.

내년 1월 개원하는 114대 의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요구해 온 공화당은 즉각 반발했다. 존 베이너 하원 의장(공화·오하이오)의 마이클 스틸 대변인은 19일 “오바마 대통령이 민의를 거슬러 무법의 제왕처럼 행동하고 있고 이 현안에 의회가 행동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에서는 지난해처럼 예산안 처리를 미뤄 정부 잠정폐쇄(셧다운)로 응수하거나 오바마 대통령을 행정명령권 남용 혐의로 법원에 제소하거나 행정명령 효력정지를 법원에 요구하는 대응방안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도 이민개혁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고 있어 정치적 부담을 안고 강공을 펴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일단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켄터키)는 “예산안은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오바마#이민개혁#셧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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