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中러·美日 연쇄 정상회담…한국은 ‘샌드위치 신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6일 14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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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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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 정상회담을 마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곧바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나선다. 비슷한 시기 워싱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북한 비핵화 의제를 놓고 입장차가 큰 중러, 미일이 각각 밀착하면서 중간에서 ‘촉진자’ 역할을 자처한 한국의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곧바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 참석을 위해 베이징에 도착했다. 그는 26일 정상포럼 개막식이 끝난 뒤 시 주석과 양자회담을 갖고 양국의 현안과 함께 북한 비핵화 해법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두 정상은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중러 간 북한 비핵화 공조 방안을 조율하는 동시에 긴밀한 협력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북한과 함께 “대북제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에 한 목소리를 내왔다. 현재 북-미간에 이뤄지는 비핵화 협상 관련해서도 6자회담 재개 등 다자 회담 요구에 한목소리를 내며 협상 과정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양국 정상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바탕으로 중러, 혹은 북중러 3각 연대를 강화할 경우 ‘최대의 압박’ 전략을 앞세운 미국의 대북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움직임에 맞서기라도 하듯 2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는 미일 양국의 정상이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비핵화를 비롯한 양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25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동맹과 파트너십, 두 정상의 우정 등 결속을 다질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은 두 정상이 북한 정세의 최근 진전사항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조치를 조율할 중요한 기회”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물론 향후 조치에는 우리의 가까운 파트너이자 동맹인 한국과의 협의도 포함될 것”이라며 “그 목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라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영부인들이 동석한 가운데 비공개 만찬을 갖고, 이 자리에서 멜라니아 여사의 생일파티도 함께 하게 된다. 이후에는 골프 라운딩 등 등 스킨십을 위한 행사들도 예정돼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5월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여는 데 이어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회의를 계기로 한 추가 정상회담까지 추진 중이다. 미국과 일본은 앞서 지난주 열린 양국 외교·국방장관 회담(2+2)에서도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 강경한 대북정책을 펴고 있는 아베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며 미국의 ‘최대의 압박’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27일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이하는 한국은 자칫 북러, 미일 사이에서 명확한 입장을 찾지 못한 채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를 유지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낼 방안을 고심 중인 상태. 조윤제 주미대사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우리가 당면한 상황은 북미관계 개선과 남북 교류협력 확대를 통한 공동번영이라는 길목에서 어차피 거쳐야 할 길”이라며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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