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佛-獨 선거 ‘러 해킹 경계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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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제재 주도한 獨-佛… 美처럼 親러-反러 후보 맞붙어
EU-NATO 등 대응책 마련 비상

 지난해 미국 대선 때 사이버 해킹으로 재미를 본 러시아가 올해 유럽으로 타깃을 옮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5월 프랑스 대선과 9월 독일 총선에서 피해가 우려되면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등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14년 크림 반도 침공 이후 시리아 내전에 이르기까지 러시아는 EU의 경제 제재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 제재를 주도한 국가가 바로 독일과 프랑스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미국 대선처럼 독일과 프랑스 모두 올해 선거에서 친(親)러시아 후보와 반(反)러시아 후보가 맞붙고 있다.

 프랑스 대선은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 러시아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후보, 러시아와 적대적인 사회당 후보 간의 대결 구도다. 독일 총선 역시 반러시아의 선봉에 서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진영과 친러시아 성향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맞붙는다.

 양국에서는 이미 수상한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은 8일 현지 일요 신문 ‘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프랑스 국방부가 2만4000여 회의 사이버 공격을 저지했다”며 “사이버 공격이 매년 두 배씩 늘었다”고 말했다. 1일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미국 민주당 전산망에 침투한 해커 집단이 최근 독일 의회 전산망에 들어가 개별 의원 정보를 빼 갔다고 지적하며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정황은 독일 총선이 역대 가장 끔찍하고 끈질기며 기진맥진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예고편”이라고 경고했다.

 늘어 가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프랑스군은 사이버 전사를 2019년까지 현재의 두 배인 2600명으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 안보 담당 집행위원인 줄리언 킹 경은 미국 대선 해킹 파동이 드러난 지난해 11월 다른 집행위원들에게 “EU 기관들의 의사결정 과정에 사이버 공격이 개입하는 것을 막도록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EU 집행위를 향한 사이버 공격이 전년보다 20% 늘었기 때문이다. EU는 고위 공직자들의 e메일을 암호화하고 나토와의 사이버 안보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미국의 나토대사는 최근 미국 관리들로부터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관련 조사 결과를 브리핑받기도 했다.

 한편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8일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을 해킹한 배후에 러시아가 있었다는 사실을 믿고 있다”며 해킹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해킹이 선거 결과에 중요한 이슈가 아니었다”며 파장을 축소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러시아#경제제재#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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