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국방부 “필요조치 고려”… 中외교부장 왕이 “한국친구들 냉정한 판단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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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사드배치 공식선언 이후]‘사드 경고’ 수위 높이는 中-러
中방송, 6·25 드라마 연일 방영… 단둥시 ‘신의주 무비자 관광’ 허용
러 “미사일부대 추가 배치” 위협
우리정부 “양해 구할 일 아니다”

‘주권적 자위 조치’냐, ‘전략적 균형 훼손’이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 설득에 고심하던 한국 정부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0일 사드 배치에 대해 “적의 위협으로부터 어떠한 대응을 할 것인가 하는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군사 주권적 사항”이라며 “관련국의 이해를 높여 나가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보고 우리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변국에 설명은 하겠지만 양해를 구할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형진 외교부 차관보는 8일(현지 시간) 모스크바에서 이고리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을 만나 “사드 배치는 북한 위협 아래에 놓인 국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마땅히 취해야 할 자위적 방어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르굴로프 차관은 “러시아는 사드 배치를 미군의 전력 증대와 전략적 균형 훼손 행위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홍콩 밍(明)보는 10일 중국 국방부가 “친구가 오면 좋은 술을 내놓지만 표범과 늑대가 오면 사냥총으로 대응한다”는 태도로 사드 문제를 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6·25전쟁 때 북한을 도운 내용의 드라마 ‘상감령’ ‘38선’ ‘펑더화이(彭德懷)’를 연이어 방송하는 것도 ‘미국이 승리한 전쟁만 있는 게 아니다’란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관영 런민(人民)일보는 9일 “사드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제3국을 지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9일 “그 어떤 변명도 무기력하다”며 사드가 ‘북한 위협 방어용’이라는 설명을 배격하고 “한국 친구들(朋友)이 사드 배치가 진정으로 한국의 안전,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냉정하게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국가의 전략적 이익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이 동중국해에 이은 서해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 등 군사 행동에 돌입할지 주목된다. 예브게니 세레브렌니코프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 부위원장은 “러시아 동부지역에 한국 사드 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 부대를 추가 배치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대북제재에 관한 결속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는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한 4월 28일 한미 군사훈련과 사드 배치 논의를 문제 삼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비난 성명 채택을 가로막았다. 북-중 변경 도시인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시는 9일 신의주에 대한 ‘반나절(半日) 무여권 무비자 관광’을 시작한다고 발표해 북한 ‘외화벌이 차단’ 정책을 일부 완화했음을 시사했다.

14일부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몽골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현장에서 만날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비롯해 러시아 측을 설득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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