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민주주의로 분장한 독재자 푸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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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실상 ‘종신 대통령’이다. 2000년 대통령으로 선출돼 2008년까지 연임했다. 3연임을 불허한 헌법 때문에 이후 4년간은 총리로 ‘자진 강등(?)’했다. 2012년 임기를 6년으로 늘려 대통령으로 세 번째 선출돼 직무를 수행 중이다. 2018년 네 번째 대통령 도전의 꿈을 감추지 않는다. 4선에 성공하면 대통령으로 20년을 재임하게 된다. 그가 제정 러시아 시절의 차르(절대군주)라고 불리는 이유다.

▷푸틴 대통령은 웃통을 벗어젖히고 낚시를 하거나 사냥총을 들고 수풀을 헤쳐 나가는 야성적 모습을 종종 내보인다. 표범이나 호랑이 같은 맹수를 애견 다루듯 하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유도 공인 6단으로 대한유도회로부터 명예 7단증을 받은 무도인이다. ‘60억분의 1의 사나이’로 불린 격투기 황제 표도르 에밀리아넨코를 아낀다. 문(文)은 잘 몰라도 무(武)는 확실히 갖췄다. 2014년 이혼한 그는 올림픽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인 ‘팔등신 미녀’ 알리나 카바예바와의 염문설로 뭇 남성의 부러움을 샀다.

▷푸틴 대통령은 걸을 때 오른팔을 거의 흔들지 않는다. 위급한 순간에 무기를 빨리 꺼내는 국가보안위원회(KGB) 시절의 습관이라고 한다. 16년간의 KGB 생활은 그의 권력 유지에 음모와 공작 암살의 그늘을 뚜렷이 남겼다. 최대 정적인 마하일 카샤노프 인민자유당 당수의 성관계 몰카 동영상을 찍어 지상파로 방송한 배후에도 푸틴이 어른거린다. 그와 맞선 수많은 정적과 언론인들이 의문사 또는 암살을 당했을 때마다 푸틴을 의심하는 보도가 나왔다. 그의 은닉 재산은 78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바깥에서 보면 푸틴 대통령은 민주주의로 포장된 독재자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은 그를 열렬히 지지한다. 세 차례 대선에서 득표율이 52%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유가 하락으로 경제가 침체됐지만 지금도 그의 지지율은 90%를 넘나든다. 미국과 ‘2강 체제’를 형성했던 화려한 과거를 잊지 못하는 러시아 국민이 그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 것 같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푸틴#러시아#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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