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사우디 왕세자, 2017년 반체제 탄압 비밀작전 승인”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8일 12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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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 암살팀도 포함…최소 12건 작전 참여한 듯

지난해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연루자 일부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승인한 반체제 인사 탄압작전팀의 일원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해당 작전에 관한 기밀 보고서를 읽은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 1년도 더 전에 반체제 인사들을 침묵시키기 위한 비밀 작전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카슈끄지 살해 사건 연루자 일부가 이 작전 수행원들로 보인다. 이른바 ‘사우디 신속개입 그룹(Saudi Rapid Intervention Group)’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2017년부터 최소 12건의 작전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그룹 관리감독은 카슈끄지 살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사우드 알-카타니가 맡았다고 한다. 아울러 역시 해당 사건 연루자이자 왕세자의 경호원이었던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레브가 실질적으로 이 그룹을 이끌었다. 카슈끄지 사건 또 다른 용의자로 지목된 타아르 갈레브 하르비 역시 이 그룹 일원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수행한 작전에는 사우디 시민들을 해외에서 송환해 구금하고, 사우디 국왕과 왕세자 소유의 궁전에서 수감자들을 학대하는 행위가 포함됐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에 대한 글을 게재했다가 이들에 의해 억류된 한 대학 강사는 정신적인 고문을 당한 이후 자살을 시도했다.

신속개입 그룹은 왕세자의 최고자문에게 라마단 종료 휴일인 ‘이드 알피트르’ 보너스 수령 여부를 문의할 정도로 바쁘게 일했다고 한다.

이들 중 알-카타니와 무트레브는 지난 2017년 빈 살만 왕세자가 리야드 리츠칼튼에 다른 왕자들과 사업가, 전직 관료 등 수백명을 감금한 사건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당시 사건으로 구금된 이들 중 상당수가 신체적 학대를 당했고, 1명은 사망했다.

이들은 또 지난해 봄과 여름께 자행된 12명 상당의 여성인권 운동가들에 대한 구금 및 학대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피해 여성들은 구금 초기 감옥이 아니라 사우디 서부 홍해 연안도시 지다의 사용되지 않는 궁전에 감금됐다.

감금된 여성들 중엔 사우디에서 차량 운전을 시도하다 감금된 로자인 알-하트로울 등이 포함됐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 여성들은 각각 창문이 가려진 작은 방에 감금됐으며, 이들 중 일부는 심문을 위해 아래층으로 불려가 폭행과 전기충격, 물고문, 강간·살해 협박을 당했다.

로자인의 자매 알리아 알-하트로울은 이와 관련, NYT 기명 기고를 통해 신속개입 그룹 일원인 알-카타니가 로자인이 고문당할 당시 몇 번 모습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알-카타니는 로자인에게 “살해 후 시신을 하수구에 던져 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이들 여성들은 나중에서야 지다의 다반 교도소로 이송돼 신체적 학대를 피하고 친인척의 방문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그룹 일원인 무트레브와 알-하르비는 카슈끄지 살해 혐의로 리야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알-카타니의 경우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여행금지 조치와 함께 가택연금에 처해진 상황이다.

미국 정보요원들은 빈 살만 왕세자가 이 그룹 업무에 얼마나 연루됐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못했지만, 알-카타니를 왕세자에 대한 ‘전달자’로 보고 있다. 사우디 관계자들은 이 그룹의 존재 및 업무에 대한 질문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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