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핵충돌…“새 합의 수용 안하면 최강 제재” vs “굴복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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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체제변화 ‘플랜B’ 압박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 데 이어 이란의 체제 변화를 겨냥한 ‘플랜B’를 공개했다. 새 합의를 위해 제시한 요구사항을 이란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역대 최강의 제재’를 가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이 결정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미국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1일 보수 성향의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서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전략’을 주제로 연설했다. 그는 이란에 12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새로운 합의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가지 요구사항에는 △우라늄 농축 중단 및 플루토늄 재처리 금지 △핵시설에 대한 완전한 접근 허용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테러단체 지원 금지 △시리아에서 모든 군사력 철수 등이 포함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12가지 목록이 길게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은 단지 이란의 광범위한 악행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전례 없는 재정적 압박을 이란 정권에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최대의 압박’ 전략을 이란에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 누구라도, 특히 이란의 지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가 가진 비전의 진정성을 의심한다면 북한과의 외교를 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눈은 이란 정권의 본질을 꿰뚫고 있지만, 우리의 귀는 열려 있다”며 이란이 변한다면 모든 제재를 해제하고 외교관계를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전 디마지오 뉴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폼페이오가 발표한 이란 ‘플랜B’ 전략은 평양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테헤란에도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끈 건 경제 제재와 군사 압박보다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진보에 따른 것이었으며, 이란과 새 합의를 위해 동맹국과 파트너의 협조를 얻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플랜B 전략은 궁극적으로 이란의 체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이란 전문가 수전 멀로니는 “이것은 암묵적인 레짐 체인지(체제 교체) 전략”이라며 “그것 말고는 (폼페이오의) 연설을 해석할 다른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미국의 제안을 곧바로 거부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 직후 “이란과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려는 당신(폼페이오)은 도대체 어떤 자인가”라면서 “(12가지 조건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로하니 대통령은 “각 나라는 독립적인 만큼 미국이 세계를 위해 결정하는 것을 세계는 수용하지 않는다.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이란 외교부도 “폼페이오의 무례한 발언은 이란 내정에 노골적으로 간섭하는 주권 침해행위”라고 반발했다.

한편 이란 핵합의 유지를 주장해온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새 제안을 일축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성명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은 우리가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해도 유리한 위치에서 이란의 행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대해 설명하지 못한다”며 “이란 핵합의의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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