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도 파는 아부다비의 北냉면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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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문 연 옥류관, 갤러리 만들어
北서 들여온 그림-도자기 등 판매
제재 대상 만수대창작사 작품, “일부 작품 억대에 팔리기도”

12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그랜드밀레니엄 알와다 호텔 2층에 입점한 북한 식당 ‘옥류관’에서 북한 여종업원들이 손님들 앞에서 공연하고 있다. 아부다비=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12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그랜드밀레니엄 알와다 호텔 2층에 입점한 북한 식당 ‘옥류관’에서 북한 여종업원들이 손님들 앞에서 공연하고 있다. 아부다비=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이곳 옥류관에서 평양냉면만 파는 게 아닙니다. 북한에서 유명한 그림 작품을 공수해 와서 갤러리를 운영하는데 일부 작품은 억대에 팔립니다.”

지난해 3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진출한 북한 식당 옥류관이 북한 예술품 판매로 외화벌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조선화가 최근 중국에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가격이 급등하자 중동 지역으로 판매시장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 시간) 저녁 때 찾아간 아부다비 옥류관(5성급 호텔 그랜드밀레니엄 알와다 호텔 2층)은 수십 명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평양냉면 한 그릇 가격은 60디르함(약 1만7400원). 세금을 포함하면 2만 원이 훌쩍 넘는 고가였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은 북한 여종업원들의 공연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겼다.

옥류관은 두바이에도 분관 2곳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늦게 문을 연 아부다비 옥류관이 특별한 것은 최초로 해외 5성급 호텔에 입점한 데다 로비와 연결된 1층에 북한 미술품 갤러리까지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갤러리에는 백두산 호랑이 등을 그린 동물화를 비롯해 금강산 풍경화, 자수, 도자기 등이 전시돼 있었다.

옥류관은 같은 호텔 1층에 북한 예술품을 전시 판매하는 ‘옥류관 갤러리’도 운영하고 있다. 아부다비=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옥류관은 같은 호텔 1층에 북한 예술품을 전시 판매하는 ‘옥류관 갤러리’도 운영하고 있다. 아부다비=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북한 큐레이터는 기자에게 “북한에서는 김훈 화가(50)의 그림을 최고로 쳐준다. 그의 화폭 속 동물들은 마치 살아 숨쉬는 것 같아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훈은 북한 미술 창작단체인 만수대창작사 유화 실장이자 가장 인기 있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갤러리에는 만수대창작사의 1급 화가 리금혁이 2년에 걸쳐 작업했다는 대형 호랑이 그림도 걸려 있었다. 이 작품의 가격은 무려 14만 디르함(약 4060만 원)에 이른다.

만수대창작사는 지난해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371호에 따라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KOTRA는 이 같은 제재에도 만수대창작사가 중국에서 활동하는 데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북한의 미술작품은 그 수준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알려지면서 중국 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옥류관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예술품 시장을 중동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959년 평양에 설립된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최고 미술가 1000여 명을 비롯해 약 4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만수대창작사는 조선화, 벽화, 거대 동상, 조각상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제작해 산하 기관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MOP)’을 통해 해외로 수출한다. 만수대창작사는 2010년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대서양 연안에 약 49m 높이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을 제작해 최소 12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나미비아 짐바브웨 앙골라 등에도 수천만 달러어치의 동상을 수출했다. 만수대창작사가 최근 10년간 벌어들인 외화는 1억6000만 달러(약 170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부다비=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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