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 강경’ 치닫는 이란, 미사일 개발 예산 증액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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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의원들 “美에 죽음을” 구호… 북과 군사협력 긴밀해질 가능성

미국에 대한 북한의 도발 수위가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이란도 미국을 겨냥해 미사일 개발 예산 증액 방침을 내놨다. 북한과 이란의 반미 공조가 강화되면 미사일 기술협력 또한 긴밀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이란의 핵 보유 야욕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 의회는 13일(현지 시간) 국방 예산으로 약 8억 달러(약 9200억 원)를 추가 배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란 국영통신 IRNA에 따르면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2억6000만 달러,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 특수부대인 쿠즈 군에 약 3억 달러가 증액된다. 나머지 예산은 다른 군사 및 정보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법안은 의회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 전체 의원 247명 가운데 24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일부 의원들은 법안이 통과되자 “미국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알리 라리자니 국회의장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 모험주의적 행동에 맞서기 위한 우리의 첫 번째 대응이라는 점을 미국인들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앞서 5월 이란의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1100억 달러 상당의 무기 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지난달에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이 핵 합의안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우주항공 관련 기관 등 18곳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란은 이번 결정으로 대미 강경 노선을 분명히 밝혔다. 북한의 ‘괌 포위사격’ 도발 이후 가뜩이나 예민한 미국을 강하게 자극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엔진이 이란의 위성 로켓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일간 더 내셔널은 “북한은 외교적 고립 상태에서도 결단과 고집으로 핵 무장이 가능함을 입증했다”며 “북한이 핵을 가지지 못했던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과 달리 외부 위협으로부터 정권을 지킬 수 있는 모델을 이란에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북한 도발#이란 미사일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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