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또 뚫린 샹젤리제… 가스통 실은 車, 경찰차 돌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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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테러 위험인물’ 분류된 31세 男, 차량 폭발해 화상입고 이송중 숨져
내무장관 “佛 극도로 위험한 상황… 국가비상사태 11월 1일까지 유지”

프랑스 파리의 관광 명소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경찰 차량을 노린 차량 폭발 테러가 일어나 총선을 마친 프랑스 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폭발물을 실은 승용차가 경찰차와 충돌하면서 화염에 휩싸였으나 경찰은 다치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는 계획된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다음 달 종료되는 국가비상사태의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19일 CNN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용의자인 아담 자지리(31)는 이날 오후 3시 40분경 샹젤리제 거리에서 르노사의 중소형 해치백 승용차 ‘메간’을 몰고 경찰 밴 차량을 향해 돌진했다. 자지리는 승용차가 폭발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승용차 안에선 권총 2정과 칼라시니코프 소총 1정 그리고 소형 가스통 등이 발견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자지리는 프랑스 당국의 테러 위험인물 리스트인 ‘파일 S’에 이름이 올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종파 중 하나인 살라피를 신봉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파리의 상징인 샹젤리제가 테러의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대형 테러를 여러 차례 경험했던 프랑스가 다시 한 번 경악하는 분위기다. 개선문과 콩코르드 광장을 잇는 샹젤리제 거리는 주요 쇼핑 시설과 지하철역 등이 모여 있어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도 인근에 있다.

제라르 콜롱 내무장관은 “이번 사건은 프랑스가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21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국가비상사태 연장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높은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할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해 테러방지 관련 법안을 추가로 마련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프랑스는 2015년 11월 파리 연쇄 테러 이후 발령된 국가비상사태가 유지되고 있다. 내무부는 테러 위협이 상존해 있다고 보고 다음 달 15일 종료될 예정인 국가비상사태를 11월 1일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테러 위험인물 리스트 관리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CNN에 따르면 자지리는 위험인물로 분류돼 ‘파일 S’에 등재됐지만 평상시에 철저하게 감시하는 요주의 인물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당국이 여전히 테러 위협에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130명이 숨진 2015년 11월 연쇄 테러 이후에도 크고 작은 테러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프랑스대혁명 기념일인 7월 14일에는 남부의 유명 휴양도시 니스에서 축제를 즐기던 군중을 상대로 트럭이 돌진해 84명이 사망했다. 올해 4월에는 이슬람국가(IS)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적힌 노트를 소지한 남성이 샹젤리제 거리에서 경찰에게 총을 발사해 경찰관 1명이 숨졌다. 지난달에는 파리의 대표적인 문화재 중 하나로 꼽히는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알제리계 남성이 경찰을 공격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전통적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슬람권 국가 출신 이민자가 많고, 이들을 사회·문화적으로 제대로 포용하지 못한 프랑스의 상황을 감안할 때 이슬람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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