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스라엘-아랍권과 ‘反이란 연대’ 구축 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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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순방지 이-팔서 이틀간 일정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스라엘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맹비난하며 중동 내 반(反)이란 정서를 자극했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공공의 적’으로 부각함으로써 평소 대립했던 이스라엘과 수니파 아랍국가 사이에 안보협력 체제를 이끌어 내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외교의 대원칙을 이용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해 이틀간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지역 안보를 위협하고 폭력과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며 이란이 절대 핵무장을 못 하게 하겠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예멘 시리아 등지에서 테러 세력을 지원하는 이란과 핵 협상을 맺었다”고 공개 비판했다. 미국과 사우디가 체결한 1100억 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안감을 달래는 데에도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관계가 껄끄러운 사우디에 대해선 호평을 늘어놓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어제(21일) 만난 사우디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에 매우 긍정적(positive)이었다”며 “두 국가가 이란에 대한 공통된 우려라는 상호 공감대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고 덕담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텔아비브에서 리야드(사우디 수도)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고 싶다”며 “생애 처음으로 변화의 진정한 희망을 보았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이스라엘박물관에서의 연설에서도 “이스라엘과 아랍-무슬림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은 완전히 잘못됐다”며 두 진영 간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은 테러의 극단적 경험을 직접 해 왔다”며 “IS는 유대인을 노리고 이란은 이스라엘을 파괴하려 한다”고 말했다.

집권 2기를 시작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 가치도 없고 아무런 결과도 낳지 못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란 없이는 지역을 안정시킬 수 없다며 트럼프의 반이란 중동 정책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미국이 반대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실험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핵 협상 6개국의 일원인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유럽이 트럼프를 따라 하지 않아 참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중동 최대 이슈인 이-팔 분쟁의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베들레헴에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팔 평화협상을 ‘가장 어려운 협상’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이-팔 분쟁 중재자로 나서는 건 흔치 않은 기회”라며 근본적인 평화 협상을 이끌어 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압바스 수반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팔의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하겠다”며 “압바스 수반과 네타냐후 총리 두 사람 모두 내게 선의로 평화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의 1차 목표는 2014년 4월 중단된 평화협상을 재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23일 이스라엘박물관 연설에서도 평화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중재 성과를 설명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미국을 찾았던 이-팔 정상 모두 양자 간 직접 대화 원칙에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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