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로하니-라이시 ‘2파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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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바프 테헤란 시장 중도 사퇴… 라이시 지지 선언하며 ‘보수 단일화’
중도 개혁파 로하니 연임 빨간불
19일 과반 확보대결… 부동표 관심


재선에 나선 중도 성향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대선 나흘 전 갑작스러운 보수 단일화라는 암초를 만났다. 10% 안팎 지지율로 대선 레이스 3위를 달리던 모하마드 갈리바프 테헤란 시장이 2위 주자인 에브라힘 라이시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사퇴한 탓이다. 이로써 중도개혁 로하니와 강경보수 라이시의 2파전으로 접어든 이란 대선은 19일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갈리바프는 15일 “국민과 공화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중대 결심”이라며 후보 사퇴 선언과 함께 같은 보수파인 라이시를 지지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이란 메흐르통신이 보도했다. 실업률이 20%에 이르는 이란에서 일자리 500만 개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갈리바프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라이시와 엎치락뒤치락하며 2위 자리를 다퉈왔다. 갈리바프는 결선 투표 진출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적극 밀고 있는 라이시를 지지하면서 정치적 실익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10%대 지지율을 지켜온 3위 주자 갈리바프가 사퇴하면서 이번 대선은 로하니와 라이시의 과반수 확보 대결이 됐다. 나머지 세 후보 지지율은 여론조사 결과 2% 미만이라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변수는 부동표의 향배다. 11∼14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로하니 28%, 라이시 12%, 갈리바프 9%를 기록했지만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표가 24%, 답변 거부가 22%나 됐다.

이번 이란 대선은 서방과의 핵 협상 타결 후 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이 강하다. 로하니는 재선하면 남아있는 서방의 제재를 모두 풀고 외국 투자를 적극 유치하겠다고 공약한 반면에 라이시는 경제 침체가 심각하다며 독자적인 경제성장을 천명했다. 로하니는 주로 개혁 세력과 여성, 라이시는 최고지도자와 혁명수비대 등 보수층과 빈곤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아직까지 표심을 정하지 못한 이들은 주로 도심 중산층으로, 보수파에는 반대하면서도 로하니의 부진한 경제성과에 투표를 주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로하니가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개혁 세력을 결집시키고 있다. 1997∼2005년 이란 대통령을 지낸 개혁 진영의 대부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은 14일 텔레그램을 통해 로하니 지지를 호소하는 동영상을 발표했다. 그는 “사상의 자유, 법치, 인권, 사회경제 정의를 실현하려면 로하니에게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미국 아카데미상 2회 수상에 빛나는 유명 영화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도 이날 부동층을 향해 로하니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란 대선#보수 단일화#로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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