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국가 해법’서 한발뺀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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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만나 “1국가든 2국가든 상관없다”
팔레스타인 강력 반발할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대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유일한 해법으로 견지해 온 ‘두 국가 해법’을 사실상 철회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두 국가와 한 국가 해법을 모두 보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양측(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좋다는 거면 나도 좋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잇따라 유지해 온 두 국가 해법 대신 이스라엘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한 국가 해법에도 열려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 우익이 지지해 온 방안으로, 이스라엘이라는 단일 국가 아래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 시민권자로 살든가, 투표권 없이 영주권 형식으로 사는 방식이다. 만약 미국이 한 국가 해법을 수용한다면 팔레스타인과 아랍 국가들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된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가 미국의 오랜 중동정책을 말 한마디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전에 팔레스타인 측과 비밀스레 접촉해 이스라엘과의 정상회담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팔레스타인은 정상회담 이후 “두 국가 해법을 여전히 지지한다”는 원론적 반응만 내놓고 공식적으로는 격하게 반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공약에 대한 질문에는 “몹시 정성껏 그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다만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내 정착촌 건설 확대 움직임에 대해선 네타냐후 총리에게 “약간 물러서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은 아랍 동맹국들과 ‘중동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안보 연합체를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요르단 등 기존 우방에 이스라엘을 포함시키는 안보 연합체를 만들어 이란의 영향력에 대항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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