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美서 가석방, 60대 이스라엘 스파이 “고국 못가도 자유 만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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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화해 美, 이스라엘 달래기

20일 석방된 조너선 폴라드(왼쪽)가 아내와 손잡고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20일 석방된 조너선 폴라드(왼쪽)가 아내와 손잡고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30년간 세상과 완전히 단절돼 있던 그는 처음으로 인터넷이란 21세기 문명을 접했다. 비록 모니터에 뜨는 모든 것이 감시 대상이긴 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내와 함께 손잡고 맨해튼의 거리도 활보할 수 있게 됐다. 발목엔 위치추적기가 달려 있고, 통행금지 시간도 정해져 있지만 교도소 독방엔 비할 바가 아니었다. 21일 거리에서 시민들의 카메라에 담긴 그의 얼굴에 행복감이 넘쳐흘렀다.

20일 가석방돼 미국 뉴욕에 거주하게 된, 냉전시기 가장 유명한 스파이 중 한 명인 조너선 폴라드(61)의 이야기다. 텍사스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84년부터 미 해군 정보 분석가로 있으면서 아랍 국가들과 구소련에 관한 방대한 양의 1급 비밀을 이스라엘에 넘겨준 혐의로 1985년 체포돼 종신형에 처해졌다.

이스라엘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모든 미국 대통령에게 줄기차게 폴라드의 석방을 요구해 왔지만, 그때마다 거절당했다. 미국에 폴라드는 수백 년을 구형해도 모자라는, 용서하기 힘든 배반자일 뿐이었다. 1998년 이스라엘의 집요한 공작으로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석방 카드를 매만지자 조지 테닛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폴라드를 석방하면 내가 사임하겠다”고 버텨 무산된 이야기는 유명하다.

하지만 폴라드는 이스라엘에선 가장 자랑스러운 영웅이다. 수십 만 명 규모의 팬클럽도 있다. 그의 석방 소식을 들은 한 사업가는 19일 “예루살렘 번화가의 상점이 딸린 큰 건물을 기증해 그가 여생을 살게 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폴라드의 가석방 조건은 최소 5년은 고국에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대신 미국 유대인 사회가 제안한 투자회사 취직은 받아들여졌다.

1985년 그가 체포될 때 아내 앤도 함께 체포됐다. 3년 반 뒤 먼저 석방된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폴라드는 받아들였다. 그러다 10대 소년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이스라엘 여성과 1993년 감옥에서 결혼식도 올렸다.

폴라드의 석방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달래기 위해 준 선물이라고 할수 있다. 미국은 올 7월 체결된 이란 핵협상에 이스라엘이 강하게 반발하자 폴라드의 석방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스라엘#스파이#조너선 폴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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