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연쇄 폭탄 테러 500명 사상…중동 화약고 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2일 2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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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상황이 다시 중동을 화약고로 만들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22일 ‘아랍의 봄’ 이후 최악의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난 예멘은 테러 직후 시아파 반군 후티와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 지지파가 서로를 공격할 뜻을 밝힌 와중에 테러를 자행했다고 밝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또 다른 테러 단체인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가 곳곳에서 유혈충돌을 빚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2일 예멘의 정정불안이 노골적으로 반군을 지지하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하디 대통령을 지지하는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리전쟁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사이가 좋지 않은 이란과 사우디가 예멘 개입을 본격화할 경우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전 세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쇄 자살 폭탄 테러는 20일 오전 12시경 수도 사나의 시아파 사원 2곳에서 일어났다. 허리에 폭탄을 두른 5명의 테러범들이 이슬람 휴일인 금요일을 맞아 신도들이 가득 찬 두 사원에 난입해 폭탄을 터트렸다. 이 테러로 무려 142명이 숨지고 357명이 다쳤다. 목격자들은 “검게 탄 시신들이 뒹굴고 피가 강처럼 흘렀다”며 끔찍했던 현장을 전했다.

테러 직후 IS 사나 지부는 “우리 전사 5명이 시아파 소굴에서 성전(聖戰)을 수행했다”며 “이번 공격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추가 테러를 예고했다. 또 예멘 반군 후티와 하디 대통령 지지 세력은 각자 서로 비난 성명을 발표하며 “이번 테러를 포함한 예멘의 정정 불안은 상대방의 책임”이라고 몰아세웠다.

하디 대통령은 이날 “반군 후티의 배후에는 이란이 있다”며 “후티가 장악한 예멘 북부에 이란 국기가 아닌 예멘 국기가 걸리는 날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러 하루 전날인 19일 정체불명의 전투기 1대가 남부도시 아덴에 위치한 내 사저를 공격한 것도 후티와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후티도 바로 성명을 내고 “하디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모든 사람을 공격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전문가들은 종파 분쟁과 지역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아온 예멘에서 테러까지 기승을 부림에 따라 “예멘이 1990년 통일 후 25년 만에 다시 갈라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시아파 신정일치 국가였던 예멘은 1962년 세속주의 성향의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뒤 예멘아랍공화국(북예멘)을 세워 남북으로 분리됐다. 옛 소련 등 공산국 원조에 의존하며 버티던 가난한 남예멘은 서방의 경제제재로 붕괴 위기에 처하자 1990년 전격 통일을 제안했고 알리 압둘라 살레 북예멘 대통령이 통일 예멘의 초대 수반이 됐다. 하지만 20여 년간 폭정을 일삼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실각했다.

2012년 친미 성향의 수니파 정부 하디 정권이 출범했지만 부정부패와 경제난으로 역시 민심을 얻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군 후티가 급속도로 세를 확장해 결국 지난달 수도 사나를 점거하는 쿠데타를 해 독자 정부를 세웠다.

한편 지난 20일 밤 미군들의 안전을 우려한 미국 정부는 예멘에 남아있던 100여 명의 군인을 모두 철수시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2일 긴급회의를 소집했지만 미군마저 철수했고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등 다른 중동국 현안을 처리하기도 바빠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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