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살해 이란 여성, 국제 구명운동에도 끝내 사형집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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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데려가게… 울지마세요” 유언 반향

“진심으로 어머니가 내 무덤에 와서 울고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당한 이란 여성 레이하네 자바리 씨(사진)의 유언에는 딸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어머니 걱정이 가득했다.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26년의 짧은 생을 마무리한 자바리 씨의 유언이 공개되자 안타깝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란 반정부단체 ‘국민저항협의회(NCRI)’는 4월 녹음한 이 유언을 사형집행일인 25일 전격 공개했다.

자바리 씨는 유언에서 “나를 위해 검은 옷을 입지 말고 내 괴로운 날들은 온 힘을 다해 잊고 바람이 나를 데려가게 해 달라”고 그간의 괴로움을 털어놓았다.

또 “(내 몸이) 흙에서 썩고 싶지 않다. 내 눈과 젊은 심장이 먼지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자신의 장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고 밝혔다. 장기를 기증받은 이들에게는 “내 이름을 알거나 나를 위해 꽃을 사거나 기도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자바리 씨는 “내가 그 남자를 칼로 찌르지 않았다면 성폭행을 당하고 나서 시체로 길거리에 버려졌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우리는 그들만큼 돈과 권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살인자는 절대 잡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란의 현실을 비판했다.

자바리 씨의 인생이 바뀐 것은 2007년. 19세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던 그는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를 의뢰한 남성을 따라 빈집으로 향했다. 이 남성은 이란 정보기관 전직 요원인 모르테자 압돌랄리 사르반디. 집에 들어서자 사르반디가 성폭행을 시도했고 자바리 씨는 다급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가방에서 칼을 꺼내 남자의 등을 한 차례 찔렀다. 그 이후 사르반디는 숨졌다.

자바리 씨는 방어를 위해 등을 한 번 찔렀지만 사르반디를 살해한 것은 다른 남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틀 전 칼을 구입한 점으로 보아 계획적 범죄”라며 2009년 사형을 선고했다. 성폭행 위험을 막으려는 정당방위가 법정에서 외면당한 것이다.

자바리 씨는 사형 집행 하루 전인 24일 1시간 동안 어머니와 눈물의 작별 인사를 나눴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이란#성폭행범 살해#구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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