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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박물관 화재, 주민 ‘분노폭발’ 도화선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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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박물관 화재, 주민 ‘분노폭발’ 도화선 됐다

뉴스1입력 2018-09-04 14:40수정 2018-09-0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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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앞에서 반정부 시위…경찰 무력 진압
박물관, 오랫동안 유지보수 부실·재정부족 시달려
지난 2일(현지시간) 거대한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브라질 국립박물관 앞에서 3일 아침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이날 아침 수백명 규모의 시위대는 리우데자네이루에 위치한 브라질 국립박물관 앞에 모여 박물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화재는 부정부패로 얼룩진 브라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발사해 시위를 진압하고 시위대가 화재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브라질 내 비판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화재를 브라질 정부가 무너지고 있다는 징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이 브라질 정부의 ‘방치’(neglect)에 있었다는 논리다.

브라질 언론들도 라틴아메리카 최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혔던 브라질 국립박물관의 유지보수가 부실했다는 점을 강력히 비판했다.

브라질 국립박물관은 오랫동안 재정 부족으로 인해 몸살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학 산하의 이 박물관은 연간 예산 52만헤알(1억4000만원)을 지급받게 돼 있다. 그러나 이 대학의 국제관계학과 교수인 마우 산토로는 “박물관은 예산의 60% 밖에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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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물관에서 근무했던 박물관학자 타이스 마유미는 트위터를 통해 “역대 박물관장들은 지난 19세기부터 방치와 예산 부족을 호소해왔다”면서 “박물관은 200년간 버려진 곳이었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은 이 박물관이 빗물이 새는 천장을 보수하지 못해 빗물을 받기 위해 양동이를 썼다고 전했다. 계속 내부로 침입하는 흰개미와 박쥐들과도 전쟁을 벌였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도 부실한 유지보수 실태는 여실히 드러났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 결국 소방당국은 가까운 호수에서 물을 길어와 불길을 잡아야 했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은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 규모는 측정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화재 속에서 살아남은 건 일부 무척추동물 관련 전시물과 연구원들의 개인 컴퓨터 뿐이다.

FT는 브라질 국립박물관이 영국 대영박물관이나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역사 박물관이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200년 역사가 재로 변해 바람에 흩날리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국민들의 상실감 또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에 참여했던 소방관 호베르투 호바데이 소방관은 “일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비극적인 날”이라면서 “(국립박물관은) 어릴 적 내가 부모님과 함께 왔던 곳이고, 최근에는 딸을 데리고 왔었다”고 회고했다.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브라질내 여론은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FT는 브라질에서 공공 서비스의 실패와 부패, 더딘 경제성장 등이 브라질 정치에서 극단주의가 성장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는 극우파와 극좌파 정당이 지지율 선두를 다투고 있다.

알렉산드레 파체코 상파울루대 경영학과 교수는 FT 인터뷰에서 “브라질 사회는 부의 분배를 놓고 맹렬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면서 “돈이 거덜나고 있다. 불운하게도 국립박물관이 그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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