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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없어 곧바로 진화 못해… 브라질 국립 역사박물관 잿더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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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없어 곧바로 진화 못해… 브라질 국립 역사박물관 잿더미로

손택균기자 , 주성하기자 입력 2018-09-04 03:00수정 2018-11-0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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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2000만점 대부분 사라져…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
물탱크 비어 호수서 물 가져와
예산 줄인 정부에 비난 여론 거세… 박물관측 “설비 보수 예산 끊겨”
브라질 국립 역사박물관의 화재로 유물의 상당수가 소실됐다. 위 사진부터 약 1만2000년 전 인류 두개골 ‘루지아’, 1784년 발견된 5.36t 무게의 브라질 최대 운석, 1∼3세기 이집트 ‘케리마 공주’ 미라. 브라질 국립 역사박물관 홈페이지
올해 건립 200년을 맞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 역사박물관에서 2일 밤 대형 화재가 발생해 2000만 점이 넘는 과학, 역사, 문화 관련 유산 대부분이 소실됐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화재는 일요일인 2일 관람 시간이 지나고 문을 닫은 상태인 오후 7시 30분경 시작됐다. 대응이 늦어 상당수 전시물들이 화염 속에서 재로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건물이 노후한 데다 내부에 목재와 종이 문서가 많아 불길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 “하룻밤 새 잿더미로 사라진 이 박물관의 소장품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조형물, ‘루지아’로 불렸던 약 1만2000년 전의 25세 추정 아메리카인 여성 두개골, 공룡 화석, 1784년에 발견된 우주 운석 등이 이번 화재로 소실됐거나 크게 훼손됐을 것으로 보인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황급히 건물 밖으로 유물을 꺼내오는 모습이 TV 방송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현지 방송사인 ‘TV글로부’ 보도에 따르면 불이 난 직후 20개 소방서에서 소방관 80여 명이 출동했지만 불 끌 물을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콜로네우 로베르투 로바다이 리우데자네이루 소방서장은 “건물 소화전 2기의 물탱크가 모두 비어 있어 사용이 불가능했다. 근처 호수에서 급수차로 물을 길어 와야 했다”고 말했다.

브라질을 식민지로 지배했던 포르투갈의 왕 동 주앙 6세가 1818년에 건립한 이 박물관은 남미 최대의 자연사박물관이다. 주앙 6세의 아들 동 페드루 1세가 브라질의 첫 왕으로 즉위해 독립을 선언하며 이 박물관에 높은 가치의 소장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브라질 국립 역사박물관의 화재로 유물의 상당수가 소실됐다. 위 사진부터 약 1만2000년 전 인류 두개골 ‘루지아’, 1784년 발견된 5.36t 무게의 브라질 최대 운석, 1∼3세기 이집트 ‘케리마 공주’ 미라. 브라질 국립 역사박물관 홈페이지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오늘은 우리나라 박물관학에 있어 매우 슬픈 날이다. 200년에 걸친 연구와 지식의 유산을 잃었다”며 애통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최근 긴축정책의 일환으로 과학과 교육 관련 예산을 삭감한 정부가 이번 화재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왕립 기관으로 출발한 이 박물관은 1946년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 부속으로 운영권이 변경됐다. 경제난에 처한 테메르 정부가 과학 부문 지원을 끊은 탓에 소장품 관리와 시설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조차 마련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스 두란치 박물관 부관장은 “화재 발생 위험이 상존하는 건물이었는데도 정부는 시급한 설비 보수를 위한 비용 보조 요청조차 외면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6월 열린 개관 200년 행사에 참석한 정부 관료는 한 명도 없었다. 소장품 보호 예산을 얻기 위해 정부와 오랜 세월 투쟁해 왔지만, 그렇게 애써 지켰던 모든 유산이 사라졌다”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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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 시정부가 국립 박물관 설비 보수를 도외시한 채 최근 미래를 주제로 삼은 새 미술관 개관을 위한 예산 책정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정신 나간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브라질의 유명 칼럼니스트 베르나르드 멜루 프랑쿠 씨는 현지 일간지 칼럼에서 “지난 일요일의 비극은 브라질의 국가적 자살이었으며, 과거와 미래 세대에 대한 심각한 범죄 행위였다”고 밝혔다.

손택균 sohn@donga.com·주성하 기자
#브라질 국립 역사박물관#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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