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독립투표, 찬성 92%… 스페인 정부 “불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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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정부 수반 “독립국될 권리 쟁취”… 중앙정부 “불법 투표 효력 없다”
투표율 42%… 3년전 독립투표때도 50% 못미쳐 중앙정부서 묵살
무력저지로 주민 등 844명 다쳐, 국내외 비난 여론… 노조 “총파업”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 유권자의 90%가 분리·독립 주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이를 근거로 자체적으로 독립을 선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중앙정부는 애초에 투표가 불법이었고 독립 투표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경찰력을 동원해 투표를 막는 과정에서 800여 명이 다쳐 독립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은 투표가 치러진 1일 밤 “희망과 고통의 날인 오늘, 카탈루냐 주민들은 공화국 형태의 독립국이 될 권리를 쟁취했다”며 “(최종 결과가 나오는) 며칠 내에 투표 결과를 카탈루냐 의회에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치정부는 과반이 독립에 찬성하면 48시간 안에 독립을 선언한 뒤 스페인 정부, 유럽연합(EU)과 협상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날 카탈루냐 당국은 총 226만 표 가운데 92.0%에 해당하는 202만여 표가 찬성으로 집계됐다며 분리·독립 투표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반대표는 전체의 8.0%였으며 기권과 무효표는 각각 2.0%, 0.9%로 나타났다. 투표율은 42.3%로 잠정 집계됐다. 호르디 투루 자치정부 대변인은 “(중앙정부에 의해) 투표소가 폐쇄되고 투표함이 압수돼 75만 표 이상이 유실됐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해 투표를 저지하려고 했던 중앙정부는 자치정부 측의 ‘90% 이상 찬성’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오늘 카탈루냐에서 독립 투표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헌법에 위배되는 투표행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4년 주민투표 당시에도 찬성 득표율이 약 80%에 달했지만 중앙정부는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한다며 결과를 무시했다.

중앙정부가 투표 시행을 무력 저지하는 과정에서 유혈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무장 경찰들이 저항하는 유권자들을 강제 해산시키기 위해 곤봉을 휘두르고 고무탄을 발사했다.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투표소를 지키고 있던 카탈루냐 소방관들을 곤봉으로 떼려 눕히는 장면도 포착됐다. 카탈루냐 의료당국은 경찰 33명을 포함해 84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경찰의 유혈 진압에 대해 라호이 총리는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스페인 총리로서 책임을 떠맡았다”고 옹호했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무력 진압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라호이 총리는 고귀한 사람들을 억누르려고 피, 곤봉, 억압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투표가 위헌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폭력 사태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스페인 내에서 라호이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 시장은 “(라호이 총리는) 모든 금지선을 다 넘었다. 국가 책임을 저버린 겁쟁이이니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번 폭력 사태로 라호이 총리가 정치적 주도권을 잃을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투표 결과의 여파로 카탈루냐의 경제는 당분간 멈춰설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 최대 노조인 UGT와 CCOO, 카탈루냐 친(親)독립 민간단체 ANC 등 41개 노조와 단체들은 스페인 중앙정부가 “권리와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대대적인 파업을 예고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카탈루냐#독립투표#스페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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