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두로 독재 막아야”… 베네수엘라 제재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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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美성향 강해 트럼프 ‘눈엣가시’… “가짜 선거로 독재 노려” 강력 비난
베네수엘라 원유 산업 옥죄기 검토

개헌, 의회 해산, 법 개정 등의 권한을 가진 제헌의회를 구성해 ‘장기 집권’ 준비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대규모 제재를 구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서 지난달 30일 시행된 제헌의회 의원 선출을 위한 선거가 불법이고, 마두로 정부는 독재 정권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CNN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를 막기 위해 베네수엘라의 핵심 국영 산업인 석유 판매와 관련된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마두로의 가짜 선거는 독재를 향한 또 다른 발걸음이다. 우리는 불법 정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미국 정부가 강경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이 추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는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미국 수송 및 수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전면 금지 같은 강경 제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베네수엘라가 수출용 중질 원유에 섞는 미국산 경질 원유 판매를 막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산 경질 원유 공급만 중단해도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마두로 정권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결정할 경우 미국 산업계도 일정 부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올해 4월 현재 베네수엘라의 전체 원유 수출량 중에서 미국 수출 비중은 10% 정도를 차지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일부 제재만 시행해도 당장 미국 내 석유 가격이 올라가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관련 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그레이록 캐피털의 디에고 페로 운용책임자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되면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시행 여부가 향후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현 미국 정부의 방침을 엿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네수엘라는 중남미에서 대표적인 반미 성향의 국가로 꼽힌다. 미국은 최근 베네수엘라 전현직 고위 관료 13명에 대해 제재를 결정한 바 있다.

한편 베네수엘라에서는 제헌의회 의원 선출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 수를 놓고도 정부와 야당이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 측은 유권자 800만 명 이상이 참여해 투표율이 40%가 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은 참여자 수가 300만 명을 넘지 않았다며 “정부가 선거를 조작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도 수도 카라카스 등에서 대규모 폭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석유기업 국유화와 무상복지 도입으로 국민 지지를 받았던 고(故)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마두로 대통령은 2013년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으며 집권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저유가 흐름 속에 경제난이 지속되고 치안 불안과 부정부패 등으로 민심을 오래전에 잃은 상태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이 야당과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헌법 개정 절차를 강행하면서 올해 5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베네수엘라#독재#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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