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국가들 “트럼프시대, 뭉쳐야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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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빼고 모든 분야 협력하자”… 브라질-아르헨, 정상회담서 합의
美와 관계악화 멕시코에도 손짓… 중남미 공동시장 활성화 추진
일각 “정치 불안해 실현 불투명”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축구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중남미의 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통상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다른 중남미 국가와의 경제·통상 협력도 다각도로 추진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불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 광풍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남미 국가들이 단결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블룸버그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과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확대되고 있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면 중남미 국가 간 경제·통상협력과 동맹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두 정상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간 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의 기능부터 확대하기로 했다. 1991년 출범한 메르코수르는 회원국 간 잦은 마찰로 다른 지역 경제블록과의 협정은 체결하지 못한 ‘중남미 지역용 공동시장’이란 오명을 들어왔다. 1999년 유럽연합(EU)과도 자유무역협정 체결 논의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성과가 없다. 그나마 베네수엘라는 회원 자격이 정지된 상태다.

양국은 또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가 회원국인 경제블록 ‘태평양동맹’과의 협력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그동안 중남미 국가보다는 미국, 캐나다와 상대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온 멕시코와의 협력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이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검토 등으로 미국과 멕시코 관계가 악화 일로에 있는 상황을 노린 포석이다. 테메르는 “그 어느 때보다 중남미 국가 간 시장 통합이 중요하고, 특히 멕시코와 다른 중남미 국가들 간 시장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하지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앞장서도 중남미 국가들이 지금보다 강화된 경제협력과 공동시장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번 두 정상의 회담은 구체적인 로드맵도 만들지 못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역시 지난해 각각 약 ―3.5%와 ―1.8% 수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경제가 어렵다.

두 정상은 강한 경제·통상 변화를 추진할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테메르는 지난해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대통령 직에 올라 반대파의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 마크리도 최근 볼리비아와 페루처럼 가난한 이웃 국가 이민자를 겨냥한 이민 제한 법안 개정안에 서명해 국내외적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중남미 국가들이 EU와 NAFTA 같은 경제블록에 비해 전반적으로 경제 수준이 떨어지고, 국가 간 격차가 큰 것도 문제다. 다른 지역 국가는 물론이고 주변국끼리 안정적으로 경제협력을 추진한 경험도 부족하다.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등 자원 국유화를 추진하는 등 개방과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에 소극적인 나라들이 있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한편 중남미 국가들이 단합 과정에서 중국의 지역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손혜현 국립외교원 연구교수(중남미지역학)는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그동안 중남미 국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공공외교를 벌여왔다”며 “미국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하는 중남미 국가들을 대상으로 중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관계 증진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중남미#트럼프#공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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