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의료-교육에 돈 너무 많이 들어 복지-경제성장 ‘두토끼 잡기’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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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안도 공존하는 쿠바]부형권 특파원 현장 르포 4信

 “피델 카스트로의 중앙집권적 통치 행태가 쿠바의 관료주의를 심화시켰다. 공산당이 모든 걸 통제하려 하니 정책 의사결정이 너무 늦어지고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한때 카스트로가 죽으면 쿠바도 망할 것이라는 예측을 많이 했지만 쿠바가 몰락하거나 내전을 겪진 않을 것 같다.”

 
쿠바 국립 아바나대와 함께 쿠바를 대표하는 명문대인 아바나종합예술대의 구스타보 아르코스 교수(51·사진)는 11월 29일 기자와 만나 “쿠바의 앞날엔 정말 풀기 어려운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쿠바지식인협회 미디어담당 팀장을 지낸 그는 “쿠바 젊은이들은 책에서 배운, 전설 같은 쿠바혁명의 사상과 이념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쿠바의 경제적 상황이 자신들의 삶의 질이나 만족도, 행복감 등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혁명사상 대신 경제적 현실을 우선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바의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복지 시스템은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엔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에서 그런 복지 혜택을 유지하려니 정부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답했다. 그는 “정부는 이런 (과도한) 사회복지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도 이루려 하는데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르코스 교수는 또 “쿠바가 경제적으로 성장하려면 미국 같은 덩치 큰 나라와 적극 교류해야 하는데 그런 경제적 관계를 깊게 하면서 쿠바의 정치적 독립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지도 난제”라고 설명했다. 카스트로가 떠난 쿠바가 정치 경제 사회 등 많은 부문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쿠바 경제의 현안으로 “공무원 월급과 배급품 구매 등에 사용되는 불태환페소(CUP)와 공산품 구매에 사용되고 외국 돈과 환전도 가능한 태환페소(CUC)의 이중 화폐 제도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CUP로 받는 월급이 너무 적어 대학교수인 나도 한 달을 버텨내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쿠바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배급식량 등을 포함해 구매력평가에 따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2500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일반 공무원의 월급은 30달러, 대학교수는 40∼50달러, 의사도 80∼100달러에 불과하다.

 
부형권 특파원
부형권 특파원
이날 오후 7시부터 밤 12시가 지나서까지 호세마르티혁명광장에선 시민 10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카스트로 장례식이 열렸다. 행사엔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 등 중남미의 좌파 정상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민들은 장례식을 마치면서 “내가 피델이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아바나에서>

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쿠바#경제성장#무상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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