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그리스’ 푸에르토리코 모라토리엄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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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80조원… 디폴트도 배제 못해
백악관 “긴급 구제금융 고려 안해”

미국이 그리스발(發) 금융위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남미의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발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을 상황에 처했다. 미국 달러화를 쓰는 푸에르토리코는 누적된 부채에도 지속적으로 차입을 해 언젠가는 금융위기가 터질 ‘중남미의 그리스’로 불렸다.

푸에르토리코 자치령의 알레한드로 가르시아 파디야 주지사는 6월 29일 방송 연설을 통해 “푸에르토리코의 재정 구조조정을 위해 수년간의 부채 상환 유예(모라토리엄)를 추진할 것이며 협상단이 8월 30일까지 채무 재조정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에르토리코가 갚아야 할 공채 규모는 720억 달러(약 80조9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파디야 주지사는 “세입을 늘리고 경비를 줄여도 지금 같은 부채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푸에르토리코의 모라토리엄 선언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2014년 말 기준으로 미국 뮤추얼펀드 4개 가운데 3개가 푸에르토리코 공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 미국 연방은 파산법에 따라 도시가 파산하면 그 도시의 채권 보유자가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지만, 파산법 적용을 받지 않는 자치령 푸에르토리코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관련 뮤추얼펀드에 투자한 이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푸에르토리코가 1일 6억2000만 달러(6916억 원) 부채 상환에 실패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푸에르토리코의 채무는 2012년 파산을 신청한 미국 미시간 주의 디트로이트보다 4배나 많다.

미국 정부는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긴급 구제금융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는 상황 전개를 가늠하기 어려워 섣불리 발을 담글 수 없기 때문.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 행정부나 연방기관 내 그 어느 누구도 구제금융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미 정부가 푸에르토리코 정부 관리들과 이번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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