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發 커피플레이션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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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생산지 10년만의 극심한 가뭄… 2014년 생산 18% 줄어 3년연속 감소
원두값 올들어 77%↑깵 더 오를듯

세계인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의 원두가격이 갈수록 치솟는 데다 세계 커피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브라질이 극심한 가뭄으로 작황이 최악의 상태에 빠졌다. 세계 2, 3위 생산국인 베트남과 콜롬비아에서도 커피 수요가 급증하면서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브라질 커피협회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브라질 커피 생산이 2013년보다 18% 적은 4010만 자루(1자루는 60kg)에 그칠 전망이라고 26일 보도했다. 또 내년 생산량은 4000만 자루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2013년 브라질 커피 생산량도 2012년보다 3.1% 줄어들어 3년째 생산 감소가 이어진다는 의미다. 브라질 커피 생산량이 3년 연속 줄어든 것은 1965년 이후 50년 만에 처음이다.

커피 농장이 밀집한 브라질 남동부는 10년 만의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무지아나, 세라두 등 주요 커피 산지에는 올해 1∼8월 과거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밖에 안 되는 비가 내렸다. 곳곳에서 땅이 갈라지고 있지만 관개시설과 저수지가 부족해 주민들이 비가 오기만을 기도하는 형편이다.

수출에 주력했던 커피 생산국의 자국 내 수요가 급증한 것도 수급 불안을 부추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올해 브라질 커피 수요가 총 103만 t에 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 미국 이탈리아 등 선진국이 커피 소비를 주도했지만 이제 브라질 베트남 콜롬비아 등이 소비를 이끈다는 것. 임금 수준이 높아진 베트남의 커피 판매는 지난 10년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커피 원두 값은 빠르게 치솟고 있다. 브라질이 주산지인 아라비카 원두 선물가격은 올해 77%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다른 원자재 가격이 불과 5.7% 오른 것과 큰 차이가 난다. 블룸버그는 올해 말까지 원두 값이 20% 이상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급등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미국 커피업체 스타벅스와 J.M. 스머커는 이달 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스타벅스와 커피빈, 동서식품이 가격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커피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 한국 소비자들은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각국 물가수준을 감안한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한국 스타벅스의 커피가격이 미국의 2배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21일 세계 커피 공급 부족 현상이 201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브라질 커피#월두#선물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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