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프리카-중남미 맞춤형 가전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남아공-브라질에 리서치팀 신설
최소 1년6개월 현지인 문화 분석… 라이프스타일 맞는 제품 개발
신흥시장 주도권 선점효과 노려

주요 시장별 소비자 생활문화 연구를 통해 현지화 제품을 개발하는 LRL과 PIT는 삼성전자의 ‘아이디어 뱅크’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
 중 하나다.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LRL과 PIT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제품 개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주요 시장별 소비자 생활문화 연구를 통해 현지화 제품을 개발하는 LRL과 PIT는 삼성전자의 ‘아이디어 뱅크’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 중 하나다.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LRL과 PIT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제품 개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가발 세탁 기능을 갖춘 세탁기가 시장에 나온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북미와 유럽에선 특별한 세탁기로 인정받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 세탁기는 인구의 대부분이 흑인인 아프리카와 적지 않은 흑인 인구가 있는 중남미 지역에선 큰 인기를 누릴 수 있다. 흑인들은 심한 곱슬머리라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연출하는 게 어려워 가발을 즐겨 사용하기 때문이다.

가발을 빨 수 있는 세탁기는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중산층엔 필수 생활가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오세아니아 뺀 전 대륙에 LRL과 PIT 구축

삼성전자가 중국과 인도의 뒤를 잇는 신흥시장인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소비자 연구와 제품 개발 기능을 크게 확대했다.

2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소비자 생활문화 연구를 통해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는 조직인 ‘라이프스타일 리서치 랩(LRL)’과 ‘프로젝트 이노베이션 팀(PIT)’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브라질 상파울루, 서울 등 3개 지역에 새로 설치했다.

삼성전자는 LRL과 PIT를 미국 새너제이,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인도 델리, 싱가포르 등 5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이번 조치로 LRL과 PIT 설치 지역은 총 8곳으로 늘어났다. 또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모든 대륙에 조직을 갖추게 됐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아프리카와 중남미는 문화, 기후, 생활 등이 워낙 독특한 지역이라 LRL과 PIT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이 지역 소비자들에게 맞는 현지화 제품을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조직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미국 새너제이와 인도 델리에서 각각 중남미와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소비자 연구와 제품 개발을 진행했었다.

○ 미래시장 주도권 잡기 위해 LRL과 PIT 확대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에 대한 차세대 제품 개발 기능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신흥시장 주도권 확보’와 ‘성공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IT 기업들 사이에서 아프리카와 중남미 시장은 사실상 마지막 남은 대형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업계에선 아프리카의 세탁기 보급률이 10% 미만일 것으로 보고 있다. 남아공을 제외하면 사실상 세탁기 보급률이 5%가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남미도 아프리카보다는 전반적으로 각종 전자제품 보급률이 높지만 역시 시장을 개척할 여지가 많다.

IT 업계 관계자는 “중산층 규모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때 1차적으로 전자제품 수요가 크게 나타나고 이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가는 과정에서 교체 수요가 계속 있을 것”이라며 “현지화된 제품 개발은 시장이 팽창할 때 주도권을 확보하게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4도어 프렌치 냉장고’(미국), ‘백라이트 키보드 노트북’(중국), ‘유럽형 스마트TV 인터페이스’ 등 현지화 제품의 성공 사례가 많다는 것도 삼성전자가 LRL과 PIT를 확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중남미 시장에 특화된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LRL과 PIT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최소 1년 반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아프리카와 중남미 시장에서 다양한 전자제품 수요가 생기기에는 아직 소비자들의 소득수준이 낮다는 것도 어려움으로 꼽힌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라이프스타일 리서치 랩(Lifestyle Research Lab·LRL), 프로젝트 이노베이션 팀(Project Innovation Team·PIT) ::


LRL은 통상 3∼10년 뒤 가족·주거환경·음식·의복 등 각종 생활문화의 변화를 예측해 소비자와 시장 움직임을 발굴하는 조직이고, PIT는 LRL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현지화된 제품을 개발한다. LRL과 PIT 인력은 다 합쳐 수십 명에 불과하지만 공학, 디자인, 심리학, 인류학,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이들로 구성돼 있다.
#삼성#아프리카#중남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