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日초계기 겨냥했나 안했나…저공비행 여부는? 양국 진실공방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26일 0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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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우리 해군이 북한 조난 선박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일본 해상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했는지 여부를 놓고 촉발된 양국 간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양측은 이번 일이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서로에게 위협이 됐다는 엇갈린 주장에 대한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한일 간 진실공방의 핵심은 우리 해군이 일본 초계기를 겨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운용했는지 여부와 대함 타격 능력을 갖춘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을 향해 위협적인 저공비행을 했느냐에 집중된다. 지난 21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성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해군 구축함이 전날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앞바다에서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를 레이더로 겨냥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문제제기에 우리 국방부는 “정상적인 작전활동 중 레이더를 운용했으나 일본 해상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은 아니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일본 정치권과 언론은 자국 초계기를 향해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사격통제레이더를 수차례 조준했다고 강조하며 우리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우리 군 당국은 광개토대왕함이 3차원 레이더(MW08)로 광범위한 구역을 탐색하긴 했지만 일본이 주장하는 바와 달리 추적레이더(STIR)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본 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으로 레이더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저공으로 위협적인 비행을 했다고 역공세를 폈다. 그러자 일본 방위성은 25일 성명을 통해 초계기가 한국 해군 구축함으로부터 여러 차례 레이저 조준을 당한 증거가 있고, 구축함 상공을 저공비행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우리 해군의 행동을 군사적 충돌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로 간주했다.

우리 군은 광개토대왕함이 조난된 북한 어선을 수색하기 위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운용하면서 광범위한 구역을 3차원 레이더(MW08)로 탐색했다고 주장했다. 우발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추적레이더(STIR)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추적레이더(STIR)는 사격을 위해 표적에 빔을 쏴 거리를 계산한다. 탐색레이더(MW08) 만으로 수십㎞ 원거리에 있는 1t 미만의 소형 선박을 탐지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해군이 긴박하게 조난 선박을 구조할 목적이었다면 정밀 추적이 가능한 추적레이더(STIR)를 가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일본 해상자위대 측은 초계기에 ‘락온’(Lock On·조준사격을 위한 레이더 조사) 경보가 울렸다고 강조했다. 당시 일본 초계기는 적의 위협이 있다고 판단하고, 레이더 유도 미사일을 교란하는 금속 가루인 ‘채프’(Chaff)와 적외선 유도 미사일을 교란하는 ‘플레어’(Flare)를 뿌리며 긴급 회피기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레이더가 여러 차례 조사(照射)된 기록이 고스란히 초계기의 비행기록에 증거로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은 추적레이더(STIR)를 운용하지 않았다는 우리 해군의 주장을 반박하면서도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가까이 저공비행을 한 것을 두고도 양측이 주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우리 군은 당시 북한 어선을 수색하던 광개토대왕함에 일본 초계기가 저공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등 위협적인 비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본 초계기는 정확한 비행고도를 밝히지 않았지만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저공비행을 했다는 것이다.

이어 군은 광개토대왕함으로 접근하는 항공기를 식별하기 위해 영상 촬영용 광학카메라를 켰다고 설명했다. 일본 초계기가 위협적으로 저공비행을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고스란히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일본 방위성은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는 국제법과 일본의 관련 법령을 준수, 해당 구축함으로부터 일정 고도와 거리를 두고 비행한 만큼 해당 구축함 상공을 저공 비행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일본은 일단 자국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상공을 비행한 것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일본 초계기가 충분한 거리와 고도를 유지했는지를 놓고 양측의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일본 초계기의 근접 비행이 일반적인 자국 영해 방위 개념의 대응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이나 러시아 군용기가 방공식별구역(KADIZ)에 접근할 경우 우리 공군 전투기가 출격해 영공 진입을 막기 위한 견제와 동시에 경고방송을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었다면 위협비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 전문가는 “공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 기준(CUES) 협약에 따르면 공해상에서 접촉한 미확인 상대에게 사격용 레이더 조준 등의 행동을 취해서는 안 된다”며 “만일 광개토대왕함이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하면서 사전에 이에 대한 통보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 해군의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한일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이같은 논란이 진실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사격통제 레이더 가동을 둘러싼 양국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이번 갈등이 외교적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협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방위성은 이날 “이번 사안에 의해 한일 방위당국 간 연대를 손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향후 필요한 협의를 해 갈 생각”이라고 발표했다. 우리 국방부도 “일본 측 발표대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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