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 좋아진 비정규직 선택하는 日직장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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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보다 임금상승률 높아… “얽매이지 않고 편한 시간 근무”
자발적 전환, 5년새 44% 늘어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 야마구치 교스케 씨(37)는 매일 오후 2시에 출근해 하루 5시간만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다. 오전에는 집 근처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커피전문점을 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 근무를 하고 있다. 야마구치 씨는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할 수 있고 회사에 매여 있지 않아도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선 야마구치 씨처럼 스스로 비정규직을 자처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7일 발표한 ‘4∼6월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파견직 근로자나 아르바이트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늘어난 2095만 명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편한 시간에 일하고 싶다”는 이유로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사람은 모두 592만 명으로 5년 전 조사 때보다 44% 늘었다. “가계 보조나 학비 등을 얻기 위해서”, “가사·육아·간병 등을 하고 있어서” 등의 이유가 그 뒤를 이었다. “정규직 일을 구하지 못해서”라는 답을 한 사람은 5년 전과 비교해 24% 줄어든 259만 명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런 현상에 대해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들은 최근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임금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일본의 근로통계 조사에 따르면 시간제 근로자의 시급은 1.8% 늘어난 반면 정규직 증가분은 0.9%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베이비붐 세대인 이른바 ‘단카이(團塊) 세대’(1947∼1949년 출생자)가 정년퇴직 후 계약직이나 파견직 등으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늘어나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친숙해졌다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60세 이상 취업자 중에서 비정규직의 비율은 2012년 조사 때보다 1.3% 늘어났다.

최근 일본 법원이 계약직 근로자가 정규직 사원과 같은 업무를 하는 경우 수당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판결하는 등 처우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러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여전히 해고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비정규직#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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