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일본 패싱’ 우려 4월 초 긴급 訪美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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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화 받고 “美 가겠다”… 北-美회담전 대북전략 조율 나서
예상밖 빠른 전개에 당황한 기색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는 9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기자들을 만나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미국과) 대화하기로 한 변화를 평가한다”며 “이는 미일, 한미일, 국제사회가 함께 고도의 압력을 가한 성과”라고 밝혔다. 또 “(북한이) 핵·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취할 때까지 최대한 압력을 가한다는 미일의 입장은 흔들림이 없다”며 여전히 대북 압박 기조를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만난 뒤 정 실장의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발표가 있기 직전인 오전 8시 50분 아베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내용을 설명했다. 30분간의 통화 말미에 아베 총리는 4월 초 미국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 아베 총리는 5월 북-미 정상회담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대북전략을 조율하겠다는 생각이다.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핵 포기) 방향으로 북한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도 “북한의 실제 행동을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북-미 대화 성사를 ‘평가한다’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다. 외무성 간부는 북-미 대화 소식이 전해진 후 교도통신에 “전개 속도가 좀 빠르다”고 말했다. 이 통신은 “총리 관저와 외무성에서는 북한의 대화 노선이 국제사회에서 평가받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특히 남북 및 북-미 대화가 일본이 배제된 채 추진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일본이 소외되는 ‘저팬 패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일본이 배제되면 아베 정권의 중점 과제인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도 어려워진다.

일본으로서 최악의 상황은 북-미 협상의 결과 북한의 핵·미사일이 지금 상태로 동결되는 것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일본을 겨냥한 중·단거리 미사일은 이미 배치된 상태여서 안보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채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일본은 북-미 대화에 일본의 이해가 반영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하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만나 일본의 입장을 설명한다. 제재 해제를 바라는 북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등의 조건도 내걸 것으로 예상된다.

고노 외상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구체적 조치가 없으면 경제제재와 군사 압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외무성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특사단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12일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아베#일본패싱#방미#트럼프#김정은#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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