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분열속… 아베 ‘북풍전략’ 먹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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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중의원 선거 압승]북핵위협-미일동맹 강화 부각
‘돌풍’ 고이케黨은 되레 의석 줄듯

대항마로 떠오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희망의당’을 창당하고 제1 야당 민진당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가 이 당 합류를 선언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때 사색이 됐었다.

그러나 ‘태풍의 눈’처럼 보였던 희망의당은 전략 부재에 더해 민진당과의 합류 과정에서 안보법제 등에 반대했던 의원들을 ‘배제’하면서 하루아침에 민심을 잃었다. 그 사이 희망의당에 합류하지 않은 진보계열 민진당 의원 일부는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를 중심으로 입헌민주당을 만들어 ‘반아베’ 세력 결집에 나섰다.

투표 결과 ‘희망의당’ 바람은 미풍에 그쳤다. NHK 출구조사에 따르면 희망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38∼59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돼 기존 의석(57석)보다 오히려 의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입헌민주당은 기존 의석(15석)의 3, 4배에 달하는 44∼67석을 얻으며 제1 야당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온난화 대책 관련 국제회의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고이케 지사는 이날 희망의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기자들에게 “나 자신도 교만함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압승은 일본 정치권의 대안세력 부재 영향도 컸다. 일본 정치사에서 야당이 제1당으로 정권을 잡은 기간은 2009년 9월∼2012년 12월의 3년여뿐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당시 총리는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갈등을 초래했다.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미숙한 대처로 혼란과 원성을 샀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일본 국민은 학원 스캔들 등으로 도덕성이 훼손된 아베 총리 개인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불만을 갖고 있지만 믿고 국정을 맡길 세력은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입만 열면 강조하는 북한의 위협, 나아가 중국의 팽창주의도 일본인들의 선택에 한몫했다. 이 같은 외교안보 현안을 해결하려면 일본은 미국에 더욱 밀착할 수밖에 없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는 아베 총리를 밀어주는 게 일본의 국익과 직결된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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