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도 안된 ‘뇌사 딸’ 장기 기증, 5명 생명을…日열도 ‘감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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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착한 아이였습니다. 병원에서 고통 받는 다른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면 분명 자신의 장기 제공에 찬성해 줄 겁니다."

뇌사 판정을 받은 6세 미만 여자 아이의 장기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일본 부모의 결심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어린 아이들은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종종 일어나지만 부모는 기적을 기다리기보다 다른 아이들의 생명을 선택한 것이다.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이는 도쿄(東京) 분쿄(文京) 구에 있는 준텐도(順天堂)의원에 입원해 있었다. 심각한 뇌 장애를 입어 의식불명 상태였다.

부모는 최근 딸의 장기를 어떻게 기증하면 되는지 일본장기이식네트워크에 문의했다. 이식네트워크 상담사는 곧바로 병원으로 가 4시간에 걸쳐 장기 기증에 대해 설명했고 21일 오후 부모를 포함해 가족 6명은 장기 기증에 최종 동의했다.

아이는 같은 날 의료진의 정밀 검사를 통해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어 이틀 후인 23일 정오에 다시 한번 검사해 뇌사 판정을 확정했다. 병원은 24일 오전 장기 적출 수술에 들어간다.

아이의 심장은 오사카(大阪)대 병원에서 10살이 되지 않은 남자 아이가 받기로 했다. 폐는 교토(京都)대 병원의 10살 미만 남자 아이가, 간은 같은 병원 10대 여성이 받는다. 콩팥은 도쿄의 병원에 있는 50대 남성과 40대 여성이 받기로 했다. 콩팥의 경우 어린이 것이라도 어른 몸에서 제대로 기능하기 때문에 연령 대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부모는 이식네트워크를 통해 "우리 딸이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마지막에 다른 아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됐다. 남아 있는 나에게는 큰 위안이 된다"고 밝혔다.

일본은 1997년 장기이식법을 시행해 지금까지 뇌사 환자 296명이 장기를 제공했다. 2010년 7월부터는 법이 바뀌어 장기 이식에 대한 연령 제한이 없어지면서 15세 미만도 장기제공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장기를 기증한 아이는 15세 미만으로선 6번째다. 장기 기증에 대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6세 미만으로 따지면 2번째다.

미국의 경우 연간 약 300명의 어린이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을 정도로 소아 장기 기증이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드물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정신적 상실감이 크기 때문이다. 또 장기이식법에 기초해 장기 기증 전에 아이가 학대를 받지 않았는지 조사하는데, 그 부분도 부모들에게 부담감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아이들은 장기를 찾아 미국으로 떠나는 실정이다. 장기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까지 가서 이식 받는데 드는 비용은 1억 엔(약 9억4000만 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이식네트워크 측은 기자회견에서 "제공해 준 가족의 무거운 결단을 하나하나 쌓아올릴 필요가 있다"며 국민에 대한 장기 기증 요청을 에둘러 밝혔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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